지난달 29일부터 시흥시의회에서 진행되고 있는 임시회(제272회) ‘2020년도 시정 주요업무보고’를 3일 간 보면서 내내 불편했던 두 가지가 있다. 그 중 하나는 회의 때마다 의원들에게 "짧게" 하라고 요청하는 의장의 진행발언과 질의할 때마다 눈치를 보며 "짧게 하겠습니다"라고 말하는 의원들의 모습이다.
의회는 말 그대로 ‘모여서 논의를 하는 곳’이다. 그 논의는 우리가 살고 있는 지역사회의 미래 정책과 사업들, 현재 집행되고 있는 예산과 내역 등에 대해 보고하고 협의하는 것이다. 다뤄야 할 내용들이 거시적인 것부터 미시적인 것까지 광범위하고, 사업들 하나하나 중요하지 않은 것이 없기에 회의는 다양한 의견이 모여 밀도 있고 정밀하게 다루어져야 한다. 그렇게 중요한 과정에서 의장은 답변하는 집행부나 질의하는 의원들에게 자주 ‘짧게’ 하라고 요구한다. 이 광경을 지켜보는 시민의 입장에서 언제 또 의장의 입에서 ‘짧게’ 하라고 말할지 조마조마할 지경이니 의회 안에서 질의를 준비하고 있는 의원들은 오죽할까 싶다.
심도 있는 회의를 하는 과정에서 질문이나 답변을 '짧게' 하라는 말은 그 회의를 효율적이고 세밀하게 하라기보다 '대충'하라는 의미로 들린다. 질의의 주제와 시간은 의원들에게 보장된 권한이다. 의장은 진행에 ‘최소’한으로 개입함으로써 이러한 의원들의 활동을 보장하고, 최대한 논의의 성과를 얻도록 해야 하지 않나.
최근 공개로 진행되던 의회간담회가 간소화되고, 상임위 별로 나뉘어진 회의는 비공개로 진행되고 있다. 이 과정도 회의는 ‘짧게’라는 의장의 고착화된 개념과 시민은 '짧게'만 알면 된다는 잠재의식이 더해져 나온 결정이 아닐까 싶다.
다른 하나는, 지난 31일 의회 업무보고 자리에서 있었던 일이다. 홍헌영 의원(가선거구)이 타지역구(라선거구)에서 지난해 진행된 주민참여 축제예산 절차에 대해 거론하자 김태경 의장은 "타 지역구 얘기를 하면 의원끼리 오해를 살수 있다"라며, 지역에 대한 질의는 해당 지역구 의원이 하도록 요구했다. 이 상황은 결국 대야동 주민은 정왕동 사업에 대해 언급하면 안된다는 말로 들린다.
시민저널 - 박수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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