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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로시민저널

서울대 시흥캠퍼스 '첫 삽' 소식에 궁금한 것들

지난 10월 2일, 한국경제가 “서울대 시흥캠퍼스(이하, 시흥캠퍼스) 내년 첫 삽 뜬다”라는 제목으로 시흥캠퍼스에 대한 소식을 전했다. 서울대가 시흥시에게 “2018년 시흥캠퍼스 개교를 목표로 내년 상반기 착공을 준비 중 “이라는 공문을 보냈다며, 서울대가 시흥캠퍼스에 대한 입장을 표명한 것이 이번이 처음이라고 덧붙였다. 관련기사 읽기

해당기사 화면 갈무리

2009년에 양해각서(MOU)가 체결된 이후 시흥캠퍼스가 ‘온다 안 온다’ 논쟁으로 6년째 진실게임이 이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그동안 서울대 시흥캠퍼스 사업 추진의 과정을 지켜본 일부 시민들은 ‘첫 삽’이란 관점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오래도록 ‘온다 안 온다’ 논쟁이 이어지다 보니 시흥캠에 대한 본질적 초점이 흐려져 버렸다. 


시흥캠퍼스 사업은 아직 실시협약도 밟지 않은 상태다. 그런데 삽부터 뜬다고 한다. 삽 뜨면 이제 시민들은 ‘서울대가 진짜 오는군, 안심이다. 이제 이 지긋지긋한 논쟁에서 벗어나자’ 이렇게 해야 하나. 


서울대 시흥캠퍼스 사업으로 군자배곧신도시 토지개발의 호재가 이어졌다. 최근 모 지역 언론에서도 배곧 상업용지가 매각이 완료돼 '성공'이라는 표현을 했다. 시흥캠퍼스가 들어 올 배곧신도시의 아파트와 상가 분양이 잘 이루어진 덕분에 시흥시는 군자매립지(배곧 신도시 예전 이름) 부지의 부채를 갚아 나갔다. 하지만 그 이유만으로 ‘첫 삽’을 전적으로 받아 들여야 한다는 시각엔 동의할 수는 없다. 왜냐하면 군자매립지가 시의 토지가 되기까지의 역사와 과정, 투입된 비용, 나아가 시흥캠퍼스를 계획하면서 다른 가능성을 배제한 비용까지 고려한다면, 지금과 같이 단순히 빚을 탕감하는 걸로 ‘퉁’치기엔 균형이 맞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시흥캠퍼스 사업으로 인해 앞으로 시가 부담해야 할 비용이 얼마나 더 클지 아무도 모른다. 자칫, 시흥캠퍼스는 평생 골칫거리로 남을 수도 있다. 실시협약 이전에 이 사업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집약되어야 하는 이유다.

시흥시 배곧신도시 특별계획구역 마스터 플랜

시민들이 6년째 궁금해하는 건 ‘첫 삽’의 관점이 아니다. 이 시점까지 무엇이 어떻게 들어올 것이며, 그로 인해 시흥시에 어떤 이익을 가져올 수 있는지에 대한 답이다. 그 많은 비용을 들여 용역을 했는데도 그에 답은 허무한 숫자 놀음만 있을 뿐 누구도 설득력 있게 답하지 못하고 있다. 


지금까지 알려진 바로는 학생 기숙사 및 교직원 아파트 등 거주시설, 그리고 서울대병원, 강의실, 교육실, 연구시설, 의료연구센터 등이 건립될 예정이라고 한다. 일부 시민들은 기숙사와 교직원 아파트가 서울대 시흥캠퍼스의 모든 것이 아니냐 하는 우려를 나타내기도 한다. 


시민들로부터 가장 많은 기대를 안고 있는 서울대병원 유치는 오산시도 운영비를 감당할 수 없다는 이유로 유치를 포기할 만큼 적자를 내고 있는 사업이다. 당시 서울대가 오산시에 병원을 유치하는 조건으로 연간 300억 원의 운영비를 요구했다가 오산시가 유치를 포기한 사례가 있다. 


시흥시는 서울대 병원이 올 경우 서울대가 오산시에 요구한 운영비에 자유로운 것인지 궁금하다. 강의실, 교육실은 서울대 학생들이 사용할 공간이다. 시흥시민들이 서울대 학생들에게 자신들의 자리를 내어 주어야 하는 합당한 이유가 어디에도 나와 있지 않다. 단지 ‘서울대’라는 네임벨류가 시흥시 도시 브랜드 가치를 높여줄 것이라는 추상적 후광효과에 올인하는 분위기다.  


최근 교육부에서 시흥캠퍼스 사업에 ‘캠퍼스’라는 용어를 자제하라는 권고가 나왔다. 시흥캠퍼스가 이름답게 학교 신설 및 캠퍼스 모양을 갖출 예정이라면 교육부의 행정절차를 따로 밟아야 하는 과정도 남아있다. 게다가 국토교통부의 수도권정비법 심의도 거쳐야 한다. (관련기사) 앞으로 이러한 과정들은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지에 대해서도 ‘첫 삽’은 말하지 않고 있다. 


시흥캠퍼스사업 추진에 따른 주요 관점은 ‘첫 삽’이 아니다. ‘무엇이 오고, 그것이 지역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가’하는 것이다. 시민토론회(관련기사)는 날로 하면서, 왜 이런 물음에 답은 '날'로라도 보여주지 못하는지 그것 또한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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