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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로시민저널

한국의 화폐 단위 하향 조정, 그 시점은 언제일까

가끔 외국 기사를 보다 보면 화폐 단위가 달러나 유로, 엔화로 표시되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그 때마다 화폐의 단위, 또는 가치가 쉽게 와 닿지 않는다. 


하루는 아는 외국인 친구가 나에게 “만약 네게 1000만 달러가 생기면 뭐할래?” 이렇게 물었다. ‘헉’하고 바로 놀라야 하는데, 난 그저 머리 속에서 1000을 곱해 환산하느라 답을 머뭇거린 적이 있었다. 평소 잘 쓰지 않는 단위다 보니 100억쯤 된다는 걸 알기까지 조금 시간이 필요했다. 


1962년, 박정희 정권은 당시 10환을 1원의 가치로 정하는 화폐 개혁을 단행했다. 그리고 50년이 지난 지금까지 그 화폐단위로 살아가고 있다. 

요즘 천 단위의 숫자는 점 단위를 사용해 표기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이를테면 커피값 3500원을 3.5로 표기하는 것이 그 예이다. 이런 현실에서 지난 9월 17일, 새누리당 박명재 의원이 화폐개혁의 필요성을 제기하면서 ‘리디노미네이션(re-denomination, 화폐 단위 하향 조정)’에 대한 이슈가 주목을 받았다. 


박 의원은 18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전화인터뷰에서 “국내 파생금융상품 거래 규모가 2002년도에 무려 1경 1500조을 기록했다.”고 말하며, “1경이면 0이 무려 16개가 붙는 어머어마한 숫자인데, 이러한 숫자를 국제사회에 설명하려면 외국인들도 어려워하는 영어 10쿼드릴리언(quadrillion)라는 단어로 설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화인터뷰에 함께 출연한 새정치민주연합 홍종학 의원은 “신용카드가 활성화되어 있기 때문에 숫자에 대한 불편함은 크게 문제가 안된다”며 “화폐개혁으로 경제의 불확실성을 높일 수 있어 경제활동의 위축을 가져 올 뿐만 아니라 인플레이션의 증가로 서민 경제의 큰 충격을 가져올 수 있다”고 반론을 폈다. 


박 의원은 “세계 화폐의 중심이 달러인데, 유럽에서는 0.92유로를, 중국은 6.2위안. 러시아에서 57루블, 인도에서 62루피, 일본에서 120엔인데 반해 한국은 1,100원”이라며, “G20개국이랑 OECD 국가 중에서 1달러가 4자리 숫자로 표시되는 나라는 한국과 인도네시아 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화폐개혁을 단행하게 되면 금고에 있던 옛 돈을 신권으로 바꾸기 위해 지하자금이 끌어나올 것이고, 지하자금 양성화가 되면 세수증대까지 이루어질 것”이라는 긍정적 입장을 피력했다. 또한 “그 외에도 현금 지급기, 금융거래 관련 소프트웨어 변경이 되어서 투자와 고용창출을 위한 내수경기 활성화도 분명히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홍 의원은 “전에 ‘5만 원권 발행을 할 때 당시에 10만 원권 발행을 하자’. ‘화폐 단위를 낮춰서 미국의 달러하고 맞추자. 그러면 10만원권이 100불하고 똑같이 되니까 우리도 100환이나 이렇게 가자’하는 논의가 있었다. 그런데 당시에도 경제에 불필요한 충격이 크다고 해서 화폐 개혁은 논의를 하지 않기로 하고 그 대신에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해서 10만 원권이 불법자금으로 사용이 되니까 대신에 5만 원권을 만들자, 이렇게 타협을 본 것”이라고 답했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두 의원의 주장만 듣고는 판단하기 쉽지 않다. 하지만 세계 화폐 가치에 비해 상대적으로 현저히 떨어져 있는 원화 가치의 조정은 사회적으로 공론화가 될 시점이 되었다는 주장은 힘을 얻고 있다. 여러분은 어떠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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