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마이크로시민저널

아이들 때문에 내 모습이 보인 적이 있나요?

삼성꿈장학재단에서 지원하는 지역아동센터 아이들의 미디어 수업 모습이다. 미디어 수업은 어른들도 이해하기 힘든 과정이다. 그런 미디어 수업을 아이들에게 시도했다. 좋은 교육일 것이라는 이유로.. 하지만, 미디어에 대한 동기마저 형성되지 않은 아이들에게 미디어 수업은 고통이었다.


 


첫주, 둘째 주, 셋째 주가 이어졌지만, 자기들끼리 떠들고 스마트폰 보거나 장난하고 있는 아이들을 보면서 "미디어는 어쩌구..." 외치는 건 무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대로 끝낼 수는 없었다. 혹시라도 어느 아이에게는 그 아이의 삶에 변곡점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지워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 아이라도 건져보자라는 심정으로 교육에 방해가 될만한 몇몇 아이들을 마음 아프게 이 과정에서 떼어냈다. 그리고 이어지는 수업이었지만 역시나 속으로 한숨을 뿜어내야 수업 시간을 버틸 수 있었다. 얼르고 달래고, 때로는 버럭! 경고도 하면서 꾸역꾸역 아이들과 대본을 구성하기 시작했다. 수업이 끝나면 거의 탈진이 되다시피했다. 톤도 높여야 하고 수업시간 내내 참아야 하니 오죽했으랴.

    

5주차가 지나면서 아이들은 조금씩 모양을 내기 시작했다. 책상에 앉기 시작했고, 평소 글 하나 만들지 않던 녀석들이 서로 협의를 하며 콘텐츠 생산 과정에 참여하기 시작했다. 더구나 토요일 오후 친구들과 한참 뛰어 놀 시간에 "녹음하러 올래"라는 제안 한 마디에 세 녀석이 땀을 흘리며 사무실에 왔다. 대본을 고치고 녹음하며 신나해 하는 모습을 보니 수업 때 그렇게 밉던 녀석들이 귀엽고 사랑스러웠다. 평소 그렇게 짠돌이인 내가 이날 짜장과 탕수육을 사서 먹인 걸 보면 그 심정을 알 수 있다. 근데 중딩 녀석들이 무슨 곱배기를 먹.. 


아직도 갈길이 멀다. 녀석들에게 미디어를 가르치는 길이 먼 게 아니라 교감하며 가야하는 나의 미디어 능력이 멀었다는 걸 느꼈다. 그렇게 양방향, 상호작용이라는 용어를 쓰면서도 정작 미디어 수업에서는 일정한 높이에서 각을 잡고 있는 내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청소년 미디어스쿨 수업일기 미디어 교사 김용봉


Copyleft@ 본 콘텐츠는 알권리 충족과 정보공유를 위해 개방된 글입니다.

편집은 허용하지 않으며 출처를 밝힌 공유는 가능합니다.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