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솔누리숲 메타세쿼이아 나무가 길게 그늘을 드리운 길을 걷다가 눈에 띤 것이 있었다. 황톳길 세족장 옆 기둥에 붙은 투명 비닐 안내문 한 장과, 그 아래 클립에 꽂힌 서명 용지들이었다.


안내문에는 한 주민이 서촌공원 길 건너 편에 위치하고 있는 '곰솔누리숲 황토길'을 묵묵히 돌봐온 이가 있어 시청에 표창을 건의할 예정이니 주민들이 동참해 달라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연락을 하고 황톳길에서 먼저 인사를 나눈 이는 서명 추진자 김종운 씨였다. 봉사하는 분을 찾으니, 마침 그날도 심정택 씨는 황톳길에서 빗자루를 들고 청소를 하고 있었다.
김씨에 따르면, 심정택 씨는 60세가 넘은 나이에도 대가없이 거의 매일 4년 동안 황톳길의 낙엽을 치우고, 배수로 정리, 세족장 청소, 쓰레기 수거를 하는 등 주민들의 쾌적한 숲길을 위해 노력해왔다고 한다. 이와 함께 눈길을 끈 건 서명란에 ‘감사합니다’라고 쓰여진 주민들의 인사말이었다.


알고 보니 중소기업 대표
김종운 씨가 심정택 씨를 선행시민으로 추천하게 된 사연은 이랬다. 2년 전, 평소 맨발 걷기를 즐기던 주민 김종운 씨는 인근의 다른 곳보다 유독 청결하고 깔끔하게 관리된 곰솔누리숲 황토길을 발견하고 이곳으로 운동 장소를 옮겼다.
그곳에는 매일 같은 시간, 낙엽을 쓸고 새똥을 치우며 배수로를 정비하는 한 초로(初老)의 남성을 발견했다. 나무를 톱으로 썰어가며 능숙하게 배수로를 보수하는 모습에 김 씨는 당연히 시청에서 고용한 용역회사 직원일 것이라 생각했다.
그는 매일 옆길에 고급 외제차(벤츠 S350)를 주차하고 대가 없이 이 일을 했다. 안면을 트고 대화를 나눠보니 그는 인근 시화공단에서 일본 수출 기업을 운영하는 중소기업 대표였다.
두 사람이 가까워진 데는 같은 충청도 고향이라는 점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조치원 51사단에서 2년 선후배로 함께 복무했고, 둘 다 월남 파병 장병 출신이라는 공통점이 컸다.
중소기업 사장이라는 직함에도 불구하고 천성이 순수하고 겸손하게 봉사하는 심 씨의 모습에 매료된 김 씨는 서로 '형제의 의'를 맺고 일주일에 한 번씩 점심을 함께 나누는 막역한 형제가 되었다고 말했다.

"허사가 되면 어쩌나" 노심초사, 주민 120명 서명 동참 해
김씨는 시간이 흐를수록 선행에 보답을 해야겠다는 마음이 간절해 지난 5월 초 행동에 나섰다. 심 대표를 위해 '시흥시장 표창'을 건의하기로 마음먹고 주민 서명을 받기로 했다.
황토길을 이용하며 평소 심 씨에게 고마움을 느끼던 이웃들은 기꺼이 동참했다. 며칠만에 120명의 주민 서명이 모였다. 김 씨는 이 서류를 들고 시흥시청을 방문해 그간의 사정을 설명하며 선행 표창을 추천했다. 김 씨에 따르면, 시청 측의 서류 검토와 현장 실사, 최종 인터뷰 등 절차를 거쳐 심정택 씨에 대한 표창 시상을 추진하겠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전했다.
김 씨는 "혹시라도 일이 잘 안 돼 허사가 되면 어쩌나, 심 사장 얼굴을 어찌 보나 하는 불안감에 밤잠을 설쳤다"며 당시의 심경을 토로하기도 했다.
이웃의 헌신을 당연하게 여기지 않고 봉사하는 이에게 감사의 표를 전하는 일도 누군가에겐 용기이고 실천이기도 하다. 두 분이 늘 그곳에서 건강한 모습으로 뵐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인터뷰를 마쳤다.
시민저널. 박수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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