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과에 따라 보수 재편의 신호탄, 중도층의 존재감 부각, 현재 민심의 온도계"
“무소속 후보 여론조사 지지율 30%대… 이례적 현상으로 평가”
경제가 흔들리고 민생이 어려워도, 정치 스캔들이 터져도 강성 지지층은 좀처럼 자신이 지지하는 당이나 후보를 외면하지 않는다. 그들에게 선거란 상대 진영을 이기는 전쟁과 같기 때문이다. 정치학자들은 이러한 강성지지자들의 무조건적 성향을 들어 정치 개혁이나 변화, 발전을 더디게 하는 주요 요인이라고 지적한다.
6·3 지방선거 또한 늘 그래왔듯 거대 양당의 강성 지지층들의 싸움이다. 조직을 총동원하고 결집을 외치며, 거대 양당의 정치 구호가 온갖 미디어를 뒤덮기 시작했다. 이런 가운데, 눈여겨볼 지역이 있다. 보궐선거가 치러지는 부산 북구갑이다. 그 지역에 무소속 한동훈 후보가 출마를 선언했다. 한동훈이라는 존재가 갖는 의미는 단순하다. 민주당도 국민의힘도 아닌 제3의 선택지라는 것이다.
중도층은 그간의 선거에서 대부분 양당 중 하나를 골라야 했다. 선택의 기준은 대개 '덜 싫은 쪽'이었다. 최근 부산 북구갑에서 무소속 후보가 오차 범위 안에서 접전을 벌이고 있다는 여론조사 결과는, '양당 바깥의 선택지'가 주어질 경우 중도층도 적극적으로 움직인다는 신호처럼 보인다.
돌이켜보면, 한국 정치에서 변화의 순간마다 중도층이 있었다. 2002년 노무현의 당선은 기존 정당 문법 밖에서 인터넷 세대의 자발적 지지가 모인 결과였다는 평가가 많다. 2022년 윤석열의 당선 역시 보수 기성 정치인이 아닌 '아웃사이더'에게 기성 정치에 지친 중도의 표가 쏠린 결과였다는 분석도 있다. 프랑스의 마크롱도 마찬가지였다. 좌도 우도 아닌 새로운 흐름 앞에 중도 유권자들이 적극적으로 응답한 결과였다.
그동안 한국 정치에서 중도층이 행사해 온 선택의 상당수는 주체적 지지라기보다 차악(次惡)의 선택에 가까웠다. 양당은 이 구조를 너무도 잘 알고 있었기에 선거 때마다 상대 진영의 위험성을 과장하고, 중도층의 불안을 자극해 왔다. 그렇게 중도는 양당에 의해 도구화되고, 선거가 끝나면 다시 주변부로 밀려나는 유권자들이었다.
부산 북구갑은 현재 하정우 민주당 후보, 박민식 국민의힘 후보, 한동훈 무소속 후보의 3파전 양상이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한동훈 후보의 지지율이 오르면서 선거판 분위기가 요동치고 있다. 지난 11일 공개된 KBS부산·한국리서치 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서 ±4.4%)에서 하 후보 37%, 한 후보 30%, 박 후보 17%를 기록했다. 당이 없는 무소속 후보가 여론조사에서 30%대 지지율을 기록하는 것은 양당 체제가 공고한 한국 정치에서 매우 이례적인 현상으로 평가된다.
한국 선거에서 중도층은 충분한 동기가 없으면 투표에 소극적인 경향을 보인다. 이들이 움직이지 않으면, 변화는 늘 다음 선거로 미뤄졌다.
만약 한동훈이 무소속으로 양당 후보를 꺾는다면, 그 의미는 부산 북구갑을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첫째, 보수 재편 가능성을 가늠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당이 후보를 이기는 구조에 균열이 생기는 사례가 될 수 있고, 개혁 성향 인사들에게 새로운 명분을 줄 수도 있다. 둘째, 중도층의 존재감을 확인하는 사례가 된다. '당적보다 사람이 중요하다'는 유권자의 집단적 의사 표현으로 해석될 수 있고, 그 영향력은 2027년 대선까지 미칠 수도 있다. 셋째, 정치 변화에 대한 욕구를 측정하는 리트머스가 될 수 있다. 북구갑의 결과가 전국 중도층의 현재 민심 온도를 보여주는 지표로 읽힐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물론 선거 결과에 따른 전망은 가능성의 영역이다. 2026년 6월 3일 지방선거에서 해당 지역 중도층의 하얀 물결이 한국 정치 지형의 변화에 앞장설지 관심이 모아진다.
시민칼럼. 김용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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