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화 벨소리의 위상이 변했다. 과거에 반가운 전화 벨소리는 이제 예고 없는 침입으로 인식된다. 스마트폰으로 24시간 연결된 사회. 개인의 업무와 휴식 시간 경계는 모호해졌다. '연결될 권리'보다 '방해받지 않을 권리'가 우선시되는 시대다.
최근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통화 에티켓에 관한 논쟁이 잦다. 전화를 받자마자 "통화 가능하냐" 묻는 행위를 두고 의견이 갈린다. 어떤 이는 이를 '쿠션어'라 칭한다. 상대의 상황을 확인하는 최소한의 절차라는 것이다. 운전, 회의, 휴식 등 상대의 현재 상태를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부재중 전화에 대한 해석도 달라졌다. 과거에는 부재중 전화를 무시의 의미로 받아들였다. 지금은 '통화 곤란'의 신호로 통용된다. 용건이 생기면 즉시 전화를 거는 방식은 갈등을 유발한다. 상대의 사적 공간을 허락 없이 침범하는 행위로 여겨진다.
업무 환경 변화는 이를 가속화했다. 요즘은 PC 메신저가 전화 업무를 대체한다. 기록의 보존과 업무 효율성 때문이다. 가족 간 소통도 메신저 위주로 개편되었다. 긴급한 상황이 아니면 텍스트 기반 소통이 기본값이 되었다.
"우리 사이에 무슨 문자냐"는 타박은 설득력을 잃었다. 시대 흐름은 즉각적인 연결보다 적절한 여백을 요구한다. "지금 통화 가능해?"라는 짧은 메시지는 정중한 안부가 되었다.
소통의 도구가 바뀌면 예절의 기준도 바뀐다. 전화를 걸기 전 메시지를 보내는 행위는 거리두기가 아니다. 상대의 시간을 존중하는 현대적 방식의 노크인 셈이다.
시민컬럼. 김용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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