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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로시민저널

[Content Focus] '이숙캠' 거짓말 탐지기, 현대판 관심법으로 통하는 불편함

예능 프로그램 '이혼숙려캠프'는 부부의 진실을 가려내겠다며 거짓말 탐지기를 동원한다. 출연자의 몸에 센서를 붙이고 상대의 질문을 던진다. 기계의 반응에 따라 진실과 거짓을 판단한다. 이 장면이 시청자로서는 불편하다.

 

JTBC 이혼숙려캠프 26.01.29 방송 화면

 

 

폴리그래프(거짓말탐지기)는 뇌를 측정하지 않는다. 호흡, 맥박, 혈압, 피부 전기 저항을 측정한다. 이는 '거짓말'의 증거가 아니라 단지 '불안'과 '긴장'의 신호다. 거짓말을 하고도 평온한 사람에게는 무용지물이지만 정직한 사람이 극도로 긴장하면 오히려 거짓으로 판정된다. 

 

또한, "호흡이 불규칙하니 거짓일 확률이 높다"는 설명은 검사관의 주관적 해석이다. 동일한 데이터를 두고 검사관에 따라 해석이 갈릴 수도 있다. 이는 객관성이 생명인 과학의 영역에서 치명적이다.

 

한때 '소리박사' 배명진 교수가 미디어에서 절대적인 신뢰를 얻은 적이 있었다. 그는 목소리 파형만으로 범인을 지목하고 심리 상태를 분석했다. 2018년 MBC 'PD수첩'은 그의 주장이 비과학적임을 폭로했다. 학계도 과학적 근거가 없음을 확인했다. 검증되지 않은 기술이 권위를 입고 미디어를 장악한 대표적 사례였다.

 

대한민국 대법원은 폴리그래프 결과의 증거 능력을 원칙적으로 부인한다. 과학적 타당성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수사 기관이 이를 활용하는 것은 심리적 자백을 유도하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는 비판도 있다.

 

프로그램이 지향하는 부부관계 개선과 거짓말 탐지기가 어떤 연관이 있는지 볼 때마다 의문이 든다. 재미를 위한 제작진의 의도로 보이지만, 시청자 입장에서는 재미를 찾기 어렵다. 오히려 타인의 삶을 다루는 태도로서 무책임하다는 생각이 든다. 시청자는 기계의 반응을 절대적 사실로 오인할 수 있다. 시청자들이 알아서 판단할 것이라 여긴다면, 그것 또한 무책임이다.

 

거짓말 탐지기의 기계적이고 자의적인 판정 대신 '교차 대화 기록(Cross-Journaling)' 같은 방식을 도입하면 어떨까. 같은 사건을 두고 각자가 기록한 감정의 파편을 전문가와 함께 대조하는 식이다. 오차 변수가 가득한 파형이 아니라 서로의 기억을 견주며 왜 다른지 대화하는 과정이 더 진정성 있는 장치가 아닐까. 프로그램이 기계의 그래프가 아니라 인간의 마음과 기억에 더 귀를 기울이면 좋겠다.


이혼숙려캠프(JTBC)는 매주 목요일 밤 10시 40분에 방송되는 부부 리얼리티 프로그램이다. 이혼 위기의 부부들이 72시간 동안 합숙하며 가사 조사와 심리 상담 등 전문적인 솔루션을 거쳐, 관계 회복 가능성을 진단하고 최종 선택에 이르는 여정을 담고 있다. 

 

시민저널. 김용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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