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는 앞으로 5년 동안 727억 원이라는 막대한 예산을 방송 미디어 분야 연구개발(R&D)에 투입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름하여 '디지털미디어 혁신기술 개발사업'이다.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의 설명에 따르면, 인공지능(AI)이 알아서 영상을 편집해주고 개인이 좋아하는 장면만 골라 '나만의 맞춤형 방송'을 만들어주는 시대를 열겠다고 한다.
이번 사업의 핵심은 '미디어 지능화'다. SBS와 같은 대형 방송사와 연구기관들이 손을 잡고 사람이 일일이 처리하던 편집 업무를 AI에 맡기는 기술을 개발한다. 사용자가 "이 부분은 좀 더 활기차게 바꿔줘"라고 말하면 AI가 알아서 영상을 구성하는 방식이다.
제작비가 줄고 효율이 높아진다는 점은 환영할 일이다. 하지만 기계가 만든 영상들이 넘쳐날 때, 방송의 본질인 '창의성'과 '인간적인 성찰'은 어떻게 될까? 제작 효율성만 따지다 보면 방송 현장의 전문 인력들이 설 자리를 잃게 될지도 모른다. 727억 원의 예산이 결국 사람이 하던 일을 기계로 대체하는 데 쓰이는 셈인데, 이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충분히 이루어지고 있는지 짚어볼 필요가 있다.
또 하나 강조된 것은 '마이미디어 플랫폼'이다. AI가 나의 시청 이력을 분석해 내가 좋아할 만한 장면을 자동으로 붙여서 보여주는 기술이다.
지금도 알고리즘 때문에 보고 싶은 것만 보게 되는 환경에서 정부 주도로 더욱 정교한 '필터 버블' 현상을 강화하는 것은 아닌지, 공공 자산인 방송 미디어가 사회적 통합보다 개인의 파편화된 소비에만 집중하게 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이번 사업에는 대형 방송사와 정보통신 분야의 굵직한 연구기관들이 대거 참여한다. 정작 묵묵히 지역 소식을 전하는 소규모 지역 방송이나 독립 제작사들에게 이 혁신의 혜택이 돌아갈지는 미지수이다.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는 만큼, 기술 개발의 성과가 특정 대기업이나 대형 방송사의 수익 창출 도구로만 쓰여서는 안 된다. 시민들이 더 다양하고 깊이 있는 콘텐츠를 만드는 데 예산이 쓰여야 한다.
진정한 미디어 강국은 기술력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727억 원이라는 예산집행에 앞서 기술이 가져올 편의, 이면의 부작용을 면밀히 살피고 방송의 공익성을 지키려는 노력이 반드시 병행되어야 할 것이다.
시민저널. 김경순 기자
Copyleft@ 콘텐츠는 알권리 충족을 위해 개방된 글이며, 출처를 밝힌 인용과 공유가 가능합니다. 반론이나 정정, 보충취재를 원하시면 카톡 srd20, 메일 srd20@daum.net으로 의견 주세요.
마이크로시민저널리즘 - 시흥미디어

'마이크로시민저널'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아마추어같이 왜 이래?" 사실 그거 칭찬이에요 (0) | 2026.04.30 |
|---|---|
| [단신] 시흥시 선거구·의원 정수 재편안 (0) | 2026.04.23 |
| 민주평통 '통일한마당' 예산 증액 논란, '댄스페스티벌' 정체성과 맞나? (0) | 2026.04.16 |
| 5월부터 12세 남학생도 HPV 무료 예방 접종 (0) | 2026.04.16 |
| 시화 MTV 거북섬에 대관람차 추진, 시의회 삽교천 사례 지적하기도... (0) | 2026.04.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