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리게’ 살면 지구 종말 늦출 수 있다
정왕생태마을학교 안만홍 대표
- 어떤 일을 하는 마을학교인가
: 이름 그대로 생태교육을 한다. 2015년에는 정왕동의 서해초, 송운초, 시흥초, 시흥중, 서해고와 생태교육에 대한 MOU를 체결했다. 5개 학교 학생들과 함께 완충녹지나 하천, 옥구공원 같은 곳을 다니면서 함께 공부했다. 초등학생들은 숲에서 놀았다. 그러면서 나무와 공기와 햇빛과 친해졌다. 중 고생들도 하천에 내려가서 물을 손을 담그고 잠자리 유충도 만져보면서 손에 잡히는 생태교육을 체험했다.
- 이런 교육이 마을의 미래에 어떤 기여를 하게 되는지
: 정왕동은 생태라는 측면에서 매우 취약한 곳이다. 주민들이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스스로 나서야 한다. 그러나 불행히도 그런 움직임은 없고 앞으로도 그럴 것 같지 않다. 결국 자라나는 미래세대에게 희망을 걸 수밖에 없다. 학생들에게 강조하는 것은 녹색리더십이다. 생명을 소중하게 여기고 문명에 대한 통찰력을 갖고 미래를 열어가는 녹색리더가 우리 지역에서 나와야 한다.
- 생태를 전면에 내 걸고 있는 마을학교로서 시흥시의 생태 환경을 평가한다면
: 생태도 운동이다. 마을 주민들이 참여해서 이루어 나가야 하는 필수적인 책무이기도 하다. 그런 점에 비추어 우선, 시흥시에는 사람이 너무 적다. 그러기에 생태 마을학교의 역할이 중요한 이유 중의 하나다. 학생들 외에도 주민을 대상으로 생태운동가를 기르기 위한 노력을 지속적으로 해야 한다. 녹색리더가 절실한 시점이다. 시흥시청이 ‘생명도시’라는 시정구호를 내걸고 있지만 단지 구호에 불과하다. 인원과 예산을 배치해야 뭔가가 이루어진다. 실행력이 없이 말에 그치는 것 같아 안타깝다. 환경전문가가 시장을 맡고 있는 안산시는 보행로의 가로수 화단 조성을 통한 녹지 확장 같은 실질적인 일을 벌인다.
- 현대 문명과 더불어 신자유주의의 국제질서에서 지구의 미래를 어떻게 전망하나
암울하다. 이대로 가면 앞으로 2백년 후에 지구가 멸망할 것 같다. 만약 지금이라도 ‘느리게’ 갈 수 있다면 멸망의 시간을 늦출 수 있을 것이다. 오늘 세계의 시민들이 안고 가야할 키워드는 ‘복원’이다. 사라진 것들을 다시 살려야 한다. 사라진 생활 방식, 없어져 가는 생물들이 다시 우리 곁에 오게 해야 한다.
- 생태 운동은 오늘 세상의 흐름과 거꾸로 간다는 느낌도 든다
: 거꾸로 가든 바로 가든 생태 교육은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이다. 그리고 더 이상 생태 운동이 세상 흐름을 거스르는 일이 아니다. 이미 대세를 형성하고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의 역할이 컸다. 생태운동은 마을의 복원을 뜻하기도 한다. 마을 공동체 형성을 위한 서울시의 다양한 노력은 전국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런 점에서 시흥시청의 자세는 안타깝다. 마을 사업이란 결국 마을 사람을 기르는 일이다. 그런데 시흥시는 마을사업을 공무원 중심으로 벌이고 있으니 결국 전시용이나 보여주는 상품 같은 차원을 벗어나지 못한다.
정왕동의 대기를 호흡하면서 환경운동가의 길로 접어들다
안만홍 대표는 1964년 생으로 서울서 자랐다. 1980년대에 대학을 다니면서 민주화운동에 가담,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구속되기도 했다. 명지대를 졸업하고 수원에서 전국연합 산하 경기남부연합 건설을 주도하는 등 민주화를 위한 시민운동을 계속했다. 30대 초반에 안산으로 이주 생계를 위해 학원을 운영했다. 학원이 생각보다 인기를 끌자 분점을 하나 낸 것이 시흥시 정왕동이다.
안산의 학원은 접고 시흥시로 아예 옮겨오게 되었다. 그리고 정왕동의 대기를 호흡하면서 환경운동가의 길로 점차 접어들게 되었다. 이런 공기에 사람이 어떻게 사느냐고 생각했다. 처음에는 주민 모임에 나가고 시흥시환경운동연합 활동도 했다. 대학원에 가서 환경 공부도 했다. 서강대 공공정책대학원 석사논문이 ‘체험 환경교육 시행방안 연구’다. 환경에 교육이 덧 붙여졌으니 이미 생태마을학교를 하기로 예정되어 있었던 셈이다.
1월 6일 오후 시화공단 귀퉁이에 있는 ‘뷰티풀하천추진단’ 사무실에 갔을 때 안 대표는 전화를 붙들고 한참 동안 통화를 계속했다. 안 대표는 하천추진단 단장을 맡고 있다.
시청 직원과 통화가 길어진다. 대부도에 고니떼가 왔는데 학생들에게 보여주려면 망원경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청둥오리 같은 것은 갯골 같은 곳에서도 흔하게 보는데 고니는 보기 힘들다는 것. 삼백미터를 떨어져서 살펴야 하는데 고성능 망원경을 구하지 못해 결국 시청 환경정책과에 전화해서 빌릴 곳이 없냐고 호소하던 중이었다.
정작 필요한 곳에 장비나 시설이 없는 것이 문제다. 오이도 앞 갯벌매립을 몸으로 막던 환경운동가에서 이제는 환경교육가로 완전히 변신한 안만홍 정왕생태마을학교 대표. 실무자 송라희 간사는 은행초 은행중 은행고 경기과기대를 나온 시흥사람이다.
취재: 주영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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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인터뷰는 (사)더불어함께와 시흥시지역혁신연구회가 진행한 지역자원조사의 일원이며, '유(You)'에 함께 개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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