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약지역에는 네트워크가 절실해요
1974년 경북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학교 교사였고 어머니는 가정주부였다. 언니와 나를 포함해서 4가족이다. 초등학교 때 강원도 삼척으로 이사를 와서 대학까지 그곳에서 살았다. 누군가 “삼척 어때요?” 라고 물어보면 “자연이 그대로 남아있는 아름다운 곳, 살고 싶은 곳”이라고 말하고 싶다. 천연동굴이 유명하고 동막골 촬영지인 너와집과 죽서루 사찰도 한번 가보기를 권한다.
이시연 군서초 교육복지사
오지랖 넓다보니 결국 복지기관 일
어릴 적 나는 어떤 모습이었을까? 힘들어 보이는 사람을 보면 그냥 지나치지 못했다. 초등학교 때 버스에서 만난 형제 두 아이를 도와 먹게 하고 씻게 하고 옆집 남자 아이네 집에 가서 옷을 얻어다가 입혔고 폐품을 팔아 도왔다. 주변으로부터 “오지랖이 넓다”는 소리를 자주 들었다. 학부전공은 행정학을 했는데 졸업후 충북 괴산에서 사회복지협의회 일을 하며 공부방을 차렸다. 누군가가 임대한 사무실을 아이들을 위한 공부방 장소로 무상 임대를 부탁하여 얻어 쓰기로 했고 후원자 10명을 모아서 공부방 경비를 조달했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내 직장은 주로 복지관련 기관들이다. 사람들을 설득해서 후원자가 되게 하는 것은 나의 특기다.
가만 앉아 있지는 못해
사무실에서 업무 보는 일은 재미없다. 답답하고 힘들다. 사람 만나고 다니는 일이 좋다. 한 때 전업주부로 집에 있었던 적이 있었는데 집안에 있는 것이 참기 힘들었다. 창문 밖으로 분주히 오가는 남자 여자들을 보면 나가고 싶어서 안달이 났다. 삼척에서 서울로 갔다가 괴산을 거쳐 시흥시에 왔다. 시흥시 정왕동. 공기가 나쁘고 냄새가 나고 먼지가 집 안에 쌓였지만 편리한 도시생활이 나쁘지는 않았다. 괴산에서 만난 남편의 직장이 시화공단이어서 시흥시까지 오게 되었다. 게다가 내가 좋아하는 친구가 정왕동에 살았던 것이 결정적인 계기였다.
할 일이 많은 교육복지사
지금 나는 군서초등학교 교육복지사로 4년째 일하고 있다. 교육복지사의 업무는 학교내 교육복지대상 아이들을 위한 프로그램 기획, 운영하는 것이다. 사업계획서를 쓰기도 하고 사업을 직접 진행하기도 했다. 운영했던 프로그램은 진로교육, 성교육, 요리, 지역연계를 통해 학부모 프로그램을 지원하는 일도 한다. 관계가 형성된 10명의 학부모들과 함께 부자(父子)가정의 환경개선지원사업을 하기도 했다.
기관들 네트워크가 마을공동체의 첫 걸음
이렇게 교육복지사로 동분서주 4년간 일을 했지만 마을은 바뀐 것이 없는 것 같다. 그러나 교육복지사인 내가 없었으면 안타까운 일들이 많이 벌어졌을 것이라는 생각으로 위안을 삼는다. 마을공동체가 형성되어야 마을이 바뀐다. 그리고 마을사업을 하는 사람과 기관들이 촘촘히 연결되는 것에서부터 공동체 만들기가 시작된다고 믿는다. 정왕4동에 살면서 정왕본동에서 일을 한다. 아이가 다니는 함현초와 내가 일하는 군서초는 학생도 다르고 학부모도 다르다. 함현초의 학부모들은 자식들의 문제에 지나치게 개입한다. 군서초의 학부모들에게는 자식들 문제에 관심 가져달라고 늘 손을 내밀고 있다.
취재: 백재은
옆에서 본 이시연
‘그 덕분에 교장선생님이 지역아동센터를 방문했다. 처음 있는 일이다’
군서초등학교 이시연 교육복지사를 만난 것은 재작년 정왕본동의 3사랑 밥터에서다. "꼭꼭 씹어 먹어. 먹고 모자라면 더 먹어도 돼. 의자 정리 하고 가자“ 아침밥을 먹이고자 지역 내 밥터와 연결하여 아침밥 먹이기 프로젝트를 한다. 부자(父子)가정의 집에 청소도 하러 간다. 혼자 할 수 없으니 학부모들과 함께 가기도 하고 지역아동센터, 클린센터와 연계하여 함께 가기도 한다.
늦잠 자서 오지 않는 학생들을 깨우러 가거나 교내 어려운 학생들의 가정을 일일이 방문하고 가정상황에 필요한 것을 학부모들을 동원하여 풀어가기도 한다. 학교아이들의 생활환경이나 어려운 상황들을 개선하고자 지역아동센터 3개 기관, 복지관, 무한돌봄, 드림스타트를 연계하여 학생중심의 사례관리를 한다. 머릿니가 있는 아이들을 위해 보건소, 무한돌봄을 통해 약을 얻어 학교뿐만 아니라 지역기관들에게 일일이 들고 다니면서 나누어 주기도 한다.마을에 문화를 위한 활동을 해보자고 했을 때 선뜻 장소에 대해 큰 역할을 했다. 교장선생님과 선생님들을 설득했다.
학교에 ‘우리학교 아이들이 다니는 지역아동센터’라고 센터를 소개하기도 했다. 그 덕분에 교장선생님이 지역아동센터를 방문했다. 처음 있는 일이다. 이후 마을축제, 마을음악회, 등 다양한 활동들을 학교와 함께 했다. 지역아동센터가 학교(군서초)와 연결된 가장 큰 역할은 그녀다. 그녀는 수다스럽다. 오지랖도 넓다. 자기 일, 자기 업무가 아닌데도 전화하고, 쫓아다닌다. 그런 그녀가 너무 반갑고 고맙다. 정왕본동에서 아이들에 대해 같은 고민을 하는 그녀를 만난 것이 좀 더 힘찬 발걸음을 하게 한다. 마음이 든든하다.
글: 백재은
"사례를 통해 본 교육복지 현실"
이시연(군서초 교육복지사)
사례1) 알콜중독 엄마와 떼어놓기는 했으나
이00은 이혼한 가정의 아들로 어머니와 여동생과 함께 생활하고 있었다. 알코올 중독인 어머니와 동거남은 아이를 건강하게 키우는 데는 크게 관심이 없어보였다. 교실 안에서의 문제행동들은 날로 심해지는데 담임교사만 힘들어 할 뿐 아무 대안이 없었다. 지역아동센터를 이용하고 있었고 지역아동센터의 선생님 말씀은 잘 듣는다고 했는데 교실에서는 왜 이런 걸까? 아무리 고민해도 내가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다. 그래서 이 아이에 대해 알고 있는 모두를 모았다. 이미 기초생활수급자로 정부의 지원을 받고 있었고, 시에서 운영하는 드림스타트사업에서도 지원을 받고 있었다.
학교에서 모두 모였다. 지역아동센터 실무자, 드림스타트센터 사례관리자, 무한돌봄 실무자가 각각 하고 있는 서비스를 정리하고 어떤 것들이 필요한지에 대해 이야기 나누다보니 조금은 실마리가 풀리는 느낌이었다. 역할을 나누어서 아이들을 위한 서비스를 정리하고 필요한 것들에 대해 보완도 하면서 어느 정도 해결되었다.
그러나, 동거남과의 갈등이 심해지면서 어머니의 알코올중독은 더욱 심해지고 본인 간병을 이유로 아이들을 학교에 가지도 못하게 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여러 차례 상담을 했으나 가정에서의 일상이 이루어지기 어려운 상황에 아이들의 의견과 전문가들의 의견을 모아 어머니와 아이들을 분리하기로 했다.
분리가 쉬울 리 없다. 아니 어려웠다. 아이들을 위해서 어머니와 분리하더라도 학교와 다른 환경은 바뀌지 않게 해 주고 싶었다. 그러나 우리지역엔 아이들이 생활할 수 있는 시설이 없다. 결국 아이들은 아동보호전문기관에서 개입해서 어머니와 분리되어 타 지역으로 떠났다. 어머니와 떨어져 지내야 하는 것도 아이들은 힘겨울 텐데, 학교도 지역아동센터도 살고 있던 마을도 새롭게 적응해야 한다니 안타깝기만 하다. 이지역에 그룹홈이든 일시보호소든 아이들이 생활 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길 간절히 바래본다.
사례2) 축구하는 날은 빠지지 않고 온다는 것도 알고
김00은 다문화가정 아동으로 부모는 이혼하여 어머니와 함께 생활하고 있었다. 다문화가정이라고 해도 00은 능숙하게 한국말을 사용하고 일상생활에 큰 어려움은 없었다. 그러나 어머니는 한국말을 거의 사용하지 못해 의사소통이 어려웠고 생산직에서 근무하다보니 전화통화도 쉽지 않았다. 그런데, 일찍 출근하면서 00을 깨워도 다시 자는 통에 학교를 지각하는 날이 제대로 등교하는 날 보다 많았다. 늦게 일어나거나 학교에 오기 싫으면 결석도 자연스러웠다.
가정상황을 알지 못한 담임교사는 00을 면담하기도 하고 야단치기도 했는데 아무 소용이 없었다. 어머니와 통화를 여러 차례 시도했으나 통화가 잘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교사는 답답해 했다. 나는 교사에게 00이의 가정상황에 대해 알려주고 아침에 늦게 오면 여러차례 데리러 가기도 했다. 담임교사가 수업이 없는 시간엔 함께 가정을 방문하기도 하고 수업이 있으면 나 혼자서 데리러 간 적도 많았다.
아이는 축구를 좋아했다. 교육복지사업의 축구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축구하는 날은 빠지지 않고 온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아이를 만나면 축구이야기를 하고 관심을 보였다. 담임교사도 아이가 좋아하는 것, 잘 하는 것을 알아서 칭찬해주고 격려해주고 지지해주고...그러다보니 아이가 변했다. 지각하는 횟수가 줄어들더니 어느 날 부턴가 결석도, 지각도 없어졌다. 관심이 필요했었나보다. 사랑이 듬뿍 받고 싶었나 보다.
군서초에 처음 오는 교사들은 학교의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고 아동들의 가정에 대해서도 알지 못한 채 한 학기 정도를 보내는 경우가 많다. 한 부모 또는 어려운 가정상황 등 복잡하게 얽혀있는 문제들을 이해하지 못하다보니 아동의 문제행동 또한 문제행동만을 수정하려고 하여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았다. 내가 파악하고 있는 아동들에 대해 대략적으로 알려주어 아동에 대해 이해를 하게 되면 조금 더 관심을 갖고 아이와 관계하게 되면서 아동의 학급 내 생활도 안정적이 되는 경우가 많다.
사례3) 학부모회에서는 집 청소를 맡고
김00은 아버지와 형과 함께 살고 있다. 무직인 아버지는 집에만 계시고 집안에서 담배와 술을 드시면서 게임만 하고 계셨다. 중학생인 형은 권투선수로 활동하면서 00에게 힘으로 스트레스를 풀고 있었다. 00의 치아는 치료가 시급한 상황이었지만 치료비가 없었고 법정 한부모 가정이라 정부의 지원이 있기는 했으나 아이를 위해 사용되는 것 같지는 않았다.
무한돌봄 담당자와 드림스타트센터 사례관리자와 협의를 통해 어떻게 하면 좋을지 의논하게 되었다. 우선은 가정의 환경이 변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엄청 지저분하다는 것이다. 학부모회와 협의하여 환경개선은 학교에서 하기로 했다. 병원치료는 드림스타트에서 지원하기로 하고 프로그램에도 참여를 권하기로 했다.
무기력한 아이는 늘 ‘몰라요’, 또는 ‘싫어요’로 답했었는데 본인을 위해 애쓰는 선생님들의 정성을 알았는지 드림스타트에서 진행하는 프로그램에는 잘 참여하였다. 무한돌봄에서는 아버지를 상담하고 가정의 청결상태가 유지될 수 있도록 교육도 하고 부모교육도 진행하기로 했다.
혼자서 모두 하려면 어렵기만 한 일인데, 네트워크가 구성되고 역할을 나눠서 하다 보니 정말로 효율적이고 만족도가 높았다.
학교 학부모회의 도움으로 청소를 하면서 어머니들의 관심은 아이가 학교생활을 잘 하는 것으로까지 이어졌다. 체험학습 날 도시락을 챙겨주기도 하고 소소한 일상 속에서 관심을 갖고 바라봐주고 지지해주는 멘토가 되었다. 마을 안에서 관심 있게 바라봐주는 어른이 있고 지지해주는 어른이 있다는 것. 이것이 우리가 이야기하는 마을공동체가 아닐까싶다.
아쉬움이 있다면, 2월이면 이아이가 졸업을 한다. 중학생이 되어서도 관심을 갖고 지켜봐 줄 수 있는 교육복지사가 학교에 있으면 좋으련만, 정왕권에는 중학교에 교육복지사가 없다.
홀로서기를 해야 하는 아이들에게 관심과 애정을 줄 수 있는 교육복지사업이 확대되어 교육복지사의 채용이 확대되어지길 바란다.
주장)
교육복지사 늘어나야 한다
교육복지우선지원사업은 교육의 기회를 갖지 못하는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교육기회의 차별을 없애고자 운영되는 사업이다. 학습, 문화체험 등 다양한 경험의 기회를 제공하고 그 사업을 운영하기 위해 시흥에는 9명의 교육복지사가 있다. 신천권에 6개교의 교육복지사업학교가 있으며 정왕권과 능곡권에 각각 1개의 교육복지사업학교가 있다.
서비스가 상급학교로 연계되는 신천권과는 달리
신천권은 초등학교와 중학교가 연계되어 아이들에게 원활한 서비스가 제공되기도 하고 서로 정보를 공유하면서 아이에게 맞춤형 서비스가 제공되기도 한다. 또 초등학교에서 중학교로 연계 되다 보니 아이가 안정적으로 생활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그런 부분에서 정왕권의 군서초와 능곡초는 서비스가 단절되어 안타깝기 그지없다. 신천권에서는 고등학교로까지 서비스가 이어질 수 있도록 고등학교에서도 교육복지우선지원사업을 이어했으면 좋겠다고 요구하고 있다. 정왕권과 능곡권에서는 꿈같은 이야기이다. 부럽다. 초등학교에서 중학교로까지 만이라도 이어졌으면 좋겠다.
안타까운 건 거모동은 전혀 교육복지우선지원사업학교가 없다는 것이다. 우리가 이야기하는 대상아동은 많으나 교육복지우선지원사업이 확대되지 못하고 교육복지사가 더 이상 채용되지 않는 정책적 문제로 건강하고 행복한 아동을 위한 노력이 이어지지 못한다는 사실이 아쉽고 안타깝기만 하다.
pdf 파일로 보기
[본 인터뷰는 (사)더불어함께와 시흥시지역혁신연구회가 진행한 지역자원조사의 일원이며, '유(You)'에 함께 개재되었습니다]
Copyleft@ 본 콘텐츠는 알권리 충족과 정보공유를 위해 개방된 글입니다.
편집은 허용하지 않으며 출처를 밝힌 공유는 가능합니다.
'마이크로시민저널' 카테고리의 다른 글
당신을 만나고 싶습니다. 유(You)!-윤석창 (3) | 2016.01.19 |
---|---|
당신을 만나고 싶습니다. 유(You)!-안만홍 (0) | 2016.01.19 |
당신을 만나고 싶습니다. 유(You)!-김복순 (0) | 2016.01.19 |
당신을 만나고 싶습니다. 유(You)!-정경 (0) | 2016.01.18 |
시화공단 통근버스 시화MTV까지 노선확충 (0) | 2016.01.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