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와 마을사업은 같은 일이다
하늘만 바라보는 사람들이 많은 것이 윤 대표는 안타깝다. 땅에서의 삶이 제대로 이루어지고 하늘을 바라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대야마을학교 대표 윤석창 목사
윤석창 대표를 이전에도 몇 번 보았다. 그에 대한 인상을 대체적으로 말하자면 ‘느린’ 사람이다. 말과 행동이 느리고 때로 따분하다는 느낌도 들었다. 그러나 마주앉아서 그의 이야기를 들으며 생각이 바뀌었다. 살아온 인생과 마을사업에 대한 그의 생각은 유익하고 흥미롭다. 들을수록 집중하게 된다.
죄책감 많은 소년 목사가 되다
1971년생. 충청도와 경기도 여러 곳에서 자랐다. 대학은 춘천의 강원대로 갔다. 대학에 들어가면서 편해 졌다. 그 이전까지는 늘 괴로움에 시달렸다. 사적인 욕심, 타인에 대한 시기심이 들 때마다 죄책감에 시달렸다. 선한 삶이나 정의에 대한 생각이 지나치게 강고한 탓이었다. 성욕 같은 것도 스스로 용납하기 어려웠다. 그런 괴로움에 죽음까지 생각했지만 대학 입학 무렵 우연한 기회에 ‘나보다 나를 더 잘 알고 사랑하는’ 존재를 받아들이면서 평화로워졌다. ‘내 죄를 위해 십자가에 못 박힌 큰 사랑’을 받아들였다. 그리고 세상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제 그 은혜를 어떻게 갚을지 생각하기 시작했다. 즐거운 숙제가 생긴 것이다. 대학과 대학원에서는 화학을 공부했으나 삼십대가 되면서 신학을 공부했다. 신학원을 마치고 전도사 생활을 거쳐 시흥시 대야동에서 목회를 시작했다.
땅의 일, 하늘의 일
지금은 지역아동센터와 마을학교를 운영하는 마을사업가로 바쁘다. 목사와 지역사업가는 따로 떼어서 생각할 수 없는 하나의 일이라고 그는 생각한다. 하늘만 바라보는 사람들이 많은 것이 윤 대표는 안타깝다. 땅에서의 삶이 제대로 이루어지고 하늘을 바라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공동체가 사라진 탓에 땅 위의 삶들이 위협받고 있다. 사람과 사람이 선한 마음으로 연결되고 동네가 활기를 되찾게 될 때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땅의 삶을 살리는 일이다. 그러기에 윤 대표에게 ‘목사와 마을사업 중에 하나를 택한다면’ 같은 질문은 무의미하다. 두 가지의 일이 같기 때문이다.
아이들에게 가장 좋은 것을 주어야
그의 지역 사업은 2007년 대야지역아동센터를 운영하면서 시작된다. 센터를 운영하면서 윤 대표는 아이들에게 ‘가장 좋은 것들을 주어야 한다’고 결심했다. 급식 재료 에서부터 교육 프로그램까지 모든 면에서 가장 좋은 것을 마련하자는 원칙을 지키기 위해 노력한다. 오케스트라 수영 문화탐방 사물놀이. 어떤 프로그램이라도 질이 높아야 한다. 대야지역아동센터를 방문한 시청 담당자는 학업 분위기를 높이려면 칸을 막아 작은 방들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윤 대표는 툭 트인 넓은 홀을 고집한다. 대가족 공동체에 대한 그의 철학 때문이다.
대가족 공동체의 회복
오늘 사회 병리 현상들의 상당수가 공동체 파괴로부터 비롯된다고 그는 믿는다. 그런데 인터넷 휴대폰 핵가족화 등으로 개별화 현상이 더욱 심해져서 공동체에서부터 갈수록 멀어지는 오늘이 걱정스럽다. 아이들이 아동센터를 공부만 배우는 곳, 밥 먹을 수 있는 곳, 악기를 쉽게 배울 수 있는 곳으로 생각하지 않기를 바란다. 윤 대표는 아이들이 이곳에서 공동체를 이루기를 원한다. 아이들을 통해 부모들이 모이고 나아가 마을이 함께 ‘대가족’을 이루는 꿈을 꾼다.
그는 대가족을 지향한다. 실제 윤 대표의 집에는 4대가 함께 살고 있다. 증조할아버지로부터 아이들까지 각자 맡은 역할이 있고 서로 도우면서 산다. 우리 사회가 가야 할 길이 ‘대가족 공동체’라고 믿고 있다. 아이들이 센터 내에서만 배우는 것이 아니라 바깥으로 나가서 마을 일을 거드는 이유도 아이들 역시 마을공동체의 한 구성원이기 때문이다.
사회에 기여하는 사람
지역아동센터의 아이들을 낮게 바라보는 사람들이 있다. 불우한 처지의 아이들 또는 도움을 받아야 하는 아이들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사람들의 이런 시선을 바꾸려면 시간이 오래 걸린다. 아이들에게 책임감과 자부심을 길러주는 것이 빠른 일이다. 이런 아이들을 사회에 기여하는 사람, 주위에 도움을 주는 사람으로 기르기 위해 윤 대표는 여러 가지 일을 벌인다.
군부대에 위문을 가고 노숙자들을 찾아가서 공연도 한다. 노인정에 가서 노인들의 벗이 되기도 하고 마을공원을 청소한다. 공원의 풀 꽃 나무에 이름을 달아서 사람과 식물이 더 친해지는 환경을 만든다. 마을에 행사가 있으면 센터의 아이들은 먼저 가서 준비를 돕고 마지막까지 남아서 뒷정리를 맡는다.
높낮이는 존재한다, 그러나
신이 만든 인간세상이라는 무대장치에는 높낮이가 존재한다. 그리고 높낮이는 한편 필요하기도 하다. 물은 높낮이가 있어야 흐른다. 흐르지 않는 물은 썩는다. 이렇게 윤 대표는 사람 사이의 차이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인다. 때로는 높고 어떤 점에서는 낮은 여러 사람들이 유기적으로 섞여서 살아가는 일이 중요하다.
대야지역아동센터에는 장애 비장애 다문화 등으로 불리는 모든 아이들이 함께 자란다. 요즘 윤 대표의 과제는 학령기를 벗어나는 장애인이 스스로 설 수 있는 터전을 만들어 주는 일이다. 이를 위해 땅도 필요하고 예산도 필요하지만 본인의 준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야마기시 방식’의 양계장을 만들어 보고 싶다. 야마기시 방식이란 동 식물 인간 일체의 야마기시식 농법을 기본으로 한다. 그러나 수도권인 시흥시에는 마땅한 장소가 없다. 우선 올해는 실습용 양계장부터 일단 만들고 천천히 가 볼 생각이다.
주민센터 자리에 들어선 마을학교
모든 아이들은 큰 능력을 갖고 태어났다고 윤 대표는 믿는다. 그런 아이들을 미래사회에 맞게 길러야 한다. 창의력을 갖추고 자신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는 능력을 기르고 주위에 봉사하는 마음을 가진 인재로 길러야 한다. 대야지역아동센터의 아이들이 미래 세상의 인재로 우뚝 서야한다는 목표를 윤 대표는 갖고 산다.
아이들을 잘 키우려면 마을이 학교가 되어야 한다. 마침 행정구조가 개편되면서 대야동 주민센터로 쓰던 건물이 주민들에게 주어졌다. 그곳에 대야마을학교가 만들어졌다. 다른 마을학교들처럼 평생학습을 통한 개인의 성장에 주력한다. 저렴한 비용으로 아이와 어른들이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그러면서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마을에 관심을 갖도록 이끈다.
개인의 성장을 위한 프로그램만큼 대야마을학교가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 공동체 프로그램들이다. 노인정에 아이들이 가서 세대 간 물꼬를 틀 수 있게 한다. 이곳에서 아이와 노인들이 함께 간식을 만들어 먹고 전통 놀이를 한다. 놀이와 교육과 복지가 동시에 이루어진다. 지금은 마을신문 발행을 앞두고 있다. 마을학교가 마을공동체 형성의 중심에 놓일 수 있게 애쓰고 있다.
소래산의 초록이 마을까지 이어지도록
윤 대표는 올해 주민참여예산으로 옥상텃밭 조성을 위해 3천만원을 확보했다. 소래산 아래 대야동 주택들 옥상이 푸르게 덮이면 멋질 것이다. 은행단지 쪽에서 바라보면 소래산의 녹색이 마을까지 이어져 보일 것이다. 올해 옥상 50곳에 텃밭을 만들 계획이다.
또한 지난 해 꿈의 학교 사업도 윤 대표에게 보람 있는 일이었다. 교육청에서 지원하는 꿈의 학교 사업을 통해 아이들은 스스로 경작한 채소를 먹는다. 만들고 싶은 것들을 목공실에서 스스로 만들어 사용한다. 사는데 쓸모 있는 공부를 시켜야 한다는 것이 윤 대표의 교육철학이다. 지식이 머리에 저장되기보다 피부에 저장되어 스스로의 힘으로 잘 살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언젠가는 농촌으로 가서 친환경농업공동체 속에서 사는 것이 윤 대표의 꿈이다. 가족으로는 일곱 살 쌍둥이와 세 살, 아들만 셋이다.
취재: 주영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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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인터뷰는 (사)더불어함께와 시흥시지역혁신연구회가 진행한 지역자원조사의 일원이며, '유(You)'에 함께 개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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