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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로시민저널

저널리즘, 광고산업인가

광고, 입장에 따라 "삥"과 "보험" 사이

 
최근 탐사 프로그램의 아이콘으로 불리던 이영돈 피디가 자신이 프로그램에서 다루었던 제품과 유사한 제품의 광고에 출연했다가 시청자들로부터 거센 비판을 받았다. JTBC는 “탐사프로그램 특성상 연출자이자 진행자가 특정제품 홍보에 나서는 것이 부적절하다”며 진행하는 방송을 모두 중단한다고 밝혔다. 

[사진=이영돈 피디 광고 출연 화면]

신문과 방송은 광고면 지면 구성과 광고방송의 편성을 따로 구분해 시청자나 독자에게 정보와 광고를 구분할 수 있도록 나름 대로 분리 원칙을 두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영돈 피디는 왜 비판을 받은 것일까. 이영돈 피디를 비판하는 시청자 대부분의 의견은 “자신이 출연한 광고 제품을 홍보하기 위해 고발 프로에서 다른 제품을 비판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었다. 


이러한 시청자들의 지적에 대해 두 가지 측면에서 저널리즘의 현 주소를 살펴 볼 필요가 있다. 첫째는 언론이 내세우고 있는 광고와 정보의 형식적 구분은 회피에 지나지 않을 뿐, 내부에서는 저널과 광고가 서로 생존을 위한 ‘토탈 광고저널’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독립은 커녕 분리도 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실제로 신문시장의 경우 1980년대 중반부터 미국에서는 시장 논리에 따라 편집국과 경영, 광고, 판매국 등 경영 및 영업부서와 유기적 관계를 형성하는 ‘토털 뉴스페이퍼(total newspaper)’라는 개념이 등장했다(Underwood, 1998). 신문사의 경영을 위해 편집국과 비편집국이 서로 협조하며 전략을 수립하는 것이다. 이후 신문과 방송 등 대부분의 언론사들은 생존 기반을 광고에 두는 구조로 자연스럽게 형성되었다. 그리고 그것을 당연시하며 지금까지 그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광고가 없었다면 저널리즘의 탄생 그 자체가 불가능했을 것이라는 주장이 나오기도 하니 말이다. 


[사진=뉴스타파 보도 화면 갈무리]


지난 3월 19일 독립언론 뉴스타파는 “당신은 지금 광고를 보고 있다”는 제목으로 MBN의 건강 프로그램인 ‘천기누설’을 취재하며 방송 프로그램이 광고주의 요구에 의해 만들어지거나 광고를 위한 방송을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뿐만 아니라 ‘경제포커스’라는 주요 저널프로그램도 ‘광고가 된 뉴스’, ‘영업 직원이 된 기자’라며 저널리즘이 광고 방송을 위해 제작되었음을 밝혀냈다.1 이에 앞서 3월 17일 프레시안은 “'핵 마피아' 돈으로 언론 접수”라는 기사에서 SBS 등의 방송사와 동아일보, 매일경제, 내일신문 등의 신문사가 정부기관이 추진하는 사업에 대해 홍보성 기사를 보도한 뒤, 광고비로 수 천만 원에서 억 단위를 받았다는 내용을 보도했다.2


언론사와 광고의 관계에 대해 공공미디어연구소 김동원 연구팀장은 “언론사의 전통적 방식의 광고 영업은 기업의 마케팅을 위한 것이 아니라 기업의 일반적인 리스크와 매체를 통해 공개될 기업의 영업 비밀이나 부정적 정보 등을 이용하는 일명 ‘삥뜯기’가 되어 버린 지 오래다”라고 말하며 “광고는 기업에게 실질적인 마케팅에 도움이 되는 지출이 아니라 관리 비용이 투입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광고주 입장에서 보면 광고는 기업이나 제품 홍보가 아니라 일종의 ‘보험’인 셈이다. 


광고와 저널리즘의 공생관계에 대해 예전부터 이미 많은 학자들은 우려를 나타냈다. 윌리엄스(Williams, 2010.)는 “신문이나 방송서비스는 광고 같은 여타의 사업을 위한 매체”라고 평가하며, “저널리즘 사업이 정보 사업이라기 보다는 광고사업”이라고 지적했고, 맥체스니(McChesney, 2009)는 “공장에서 대량으로 생산된 제품을 빨리 팔아야 이윤을 얻을 수 있었던 기업주들은 소비를 촉진하는 저널리즘 산업에 광고비라는 뒷돈을 댔다며, 이를 광고가 저널리즘산업의 일부가 아니라, 정반대로 저널리즘이 광고 산업의 일부라고 비판했다. 


김승수(2011)는 “저널리즘은 편집된 정보를 상품으로 거래하는 사업이다. 상품을 파는 것이 주목적인 저널리즘은 사회적으로 중요하고, 공공적인 가치가 있는 정보라도 이윤이 없으면 상품으로 만들지 않는다”라고 말하며, “이런 시장 환경에서는 저널리스트도 공익이나 사회적 가치 운운하기에 앞서 돈 벌이에 내몰린다.”고 주장했다. 안수찬(2010. 159쪽)은 ‘시장의 강고한 힘’ 앞에서 기자들이 무기력해진다고 실토한 한겨레 기자의 말을 인용해 저널리즘이 광고로부터 실질적 영향력 아래에 놓여 있다는 실상을 알렸다. 


이영돈 피디에 대한 시청자의 지적은 위와 같은 언론사 내부의 문제 뿐만 아니라 더 중요한 부분을 짚어야 할 계기가 되었다. 바로 두 번째로 짚어 보아야  광고 안에 포함된 상업적 메시지다. 언론들은 광고와 정보가 구분되어 있는 만큼 시청자나 독자들이 광고 메시지를 걸러서 볼 것이라 여기고 있다. 광고가 노출효과보다 설득효과에 더 집중하고 있는 메시지라는 점은 언론사들도 잘 아는 부분이다. 그 점을 인지하고 있으면서도 시청자나 독자들이 광고 메시지를 걸러 볼 수 있다고 믿는 것은 진실을 보도한다는 언론사가 진실을 외면하고 있는 것이나 다름 없다. 


[그림=이해를 돕기 위한 참고용입니다]


올슨과 도버(Olson & Dover,1978)는 커피를 통한 과장된 광고를 통해 사실과 다른 과장된 주장을 소비자들에게 노출시켰을 경우 64%의 소비자들은 강한 신념을 갖고 그 주장을 받아들였다고 밝혔다. 로트펠드(Rotfeld,1978)는 소비자들이 과장광고에 포함된 과장된 주장을 사실로 믿는 경우에 진실된 주장보다 더 사실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있다는 것을 연구를 통해 밝혔으며, 과장광고가 사실적 근거와 관계없이 주관적이고 모호한 주장을 소비자들에게 노출시킨다면 소비자들은 사실과는 상관없이 과장된 주장을 사실로 받아들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 후, 로트펠드와 로트졸(Rotfeld와 Rotzoll, 1980)은 과장광고가 소비자를 기만할 수 있는 충분한 잠재력을 갖는다는 것을 실험을 통하여 확인한 바가 있다. 


인터넷의 한 블로그는 최근 미국에서 광고 메시지에 대한 규제를 주로 담당하는 연방통상위원회 (FTC)의 Native Ad 연구자료를 제시하며 “명백하게 Sponsor라고 적어뒀음에도 독자들의 50%는 이 단어가 있었는지 조차도 인지하지 못했다”고 밝히고, 현재 미국 내에서 Native ad를 제공하는 언론사는 73%에 이른다는 조사도 제시했다.4


이러한 상황을 비춰볼 때, '신문 등의 진흥에 관한 법률' 제6조 3항에 명시된 “신문·인터넷신문의 편집인 및 인터넷뉴스서비스의 기사배열 책임자는 독자가 기사와 광고를 혼동하지 아니하도록 명확하게 구분하여 편집하여야 한다.”는 느스난 조항만으로, 또는 양심의 한 거플 뒤에 숨어버린 언론사 윤리강령이라는 자발적 규제로 저널리즘이 광고와 공생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갖는 건 위험한 자신감일 수 있다. 앞서 살펴 보았듯이 광고를 게재할 때, 광고가 담고 있는 메시지도 소비자들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들어 언론사는 광고 게재에도 도의적 책임이 따른다는 것을 외면해서는 안된다. 


공공미디어연구소 김동원 연구팀장은 언론사가 생존해야 하는 이유로 광고를 받을 수밖에 없다는 명분은 “언 발에 오줌 누기식”의 임시방편일 뿐이라고 지적한다. 그러면서 “광고주와 언론이 맺는 관계에서 언론이 자신들의 독자, 시청자들과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가라는 물음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고 말하고, “광고주들은 여러 목적으로 매체에 광고비를 지불할 수 있으나 그 비용 지출의 근거가 지금처럼 생존의 위기에 처한 매체들의 ‘협박’이나 ‘존재감’ 때문이 아니라, 그 매체를 지지하고 매체를 통해 소통하는 이용자 집단과의 네트워크에서 비롯돼야 한다”며 광고 개념에 대한 인식 변화를 요구했다. 


미디어 환경의 변화로 정보 소비자들의 정보 소비 패턴과 기업의 광고 전략이 바뀌었다. 이제는 기업도 매스미디어를 통하지 않고 스스로 디지털 플랫폼에 기반한 새로운 네이티브 광고 전달 방식을 시도하고 있다. 광고 소구력이 떨어진 언론사에게 기업이 광고를 제공할 경우 그것은 ‘삥’아니면 ‘보험’일 가능성이 크다. 저널리즘이 광고로부터 독립하기 위해서는, 또는 광고 산업의 일부라는 소리를 듣지 않기 위해서는 이제 언론사가 광고를 정보로 다루기 시작해야 한다. 광고기사(advertorial)가 아니라 광고정보(admation)말이다.


설명: 광고정보(adrmation)는 광고(advertisement)와 정보(information)의 합성어이다.


 

 "사실은 진실의 조각일 뿐이다" 

작성: 김용봉, 편집:SMD

채널: 트위터, 페이스북- Rdo20 

메일: srd20@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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