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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로시민저널

그까짓 것 차에 치이면, 죽으면 그만이지

그까짓 것 차에 치이면, 죽으면 그만이지


 

오후 1시경, 시흥중학교를 지날 때였다.  노인 한 분이 종이 박스를 플라스틱 대차에 한 가득 실은 채 인도가 아닌 도로에서 역주행을 하고 있었다. 


나는 스테인레스 안전 팬스 넘어로 "할아버지 어디까지 가세요? 제가 밀어다 드릴게요"라고 말을 건내자 노인은 괜찮다고 손짓을 하며 힘겨운 듯 대차를 밀고 있었다. 보다 못한 나는 도로로 가서 대차 손잡이를 함께 밀며 인도로 가실 것을 권유했다. 그러자 할아버지는 인도는 울퉁 불퉁해서 힘들다고 끝내 도로로 이동하셨다. 나는 재차 위험하시다고 말씀 드리자 "괜찮아~ 차는 옆으로 갈 건데 뭘~, 그까짓 것 차에 치이면, 죽으면 그만이지 뭐~"


아무렴 세상을 많이 사셨다고 해서 인생에 미련이 없을까? 우리가 가장 소중하게 여기고 있는 생명의 소중함은 열악한 삶일수록 그 정도도 약해지나 싶어 차마 말을 잇지 못했다. 


할아버지는 정왕역까지 가신다고 하신다. 신호등을 무시하고 길을 건너 가시던 길을 재촉하신다. 정왕역까지 가시는 동안 얼마나 많은 차들과 만나게 되고 앞으로 또 얼마나 많은 위험에서 자신의 목숨을 담보로 사실지... 할아버지 모습이 멀어지는 걸 카메라에 담으며 이분들의 삶이 우리들 관심에서도 참 많이 흔해지고 멀어지고 있구나 싶다. 


입력: 2012. 3.17                                   사진,글: 치우. http://twitter.com/rdo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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