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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로시민저널

아이들의 작은 미션이 숨겨진 동네 놀이터

동네 놀이터 미션 따라서 놀다보면 마지막 미션은 ‘집에 가시오’


어린아이 몇 명이서 부산스럽게 놀이터 이곳저것을 돌아다니며 소란스럽다. 


“내가 알아! 미끄럼틀에 가면 두 번째 미션이 있어”, 

“아니야! 그네에 가면 다섯 번째 미션을 못 찾아! 순서대로 가야한다고” 




세상에 하나 뿐인 놀이터 - 숲속 1단지 거미줄 놀이터 


숲속마을아파트 218동 뒤쪽 작은 놀이터다. 아이들은 이 놀이터를 ‘거미줄놀이터’라고 부른다. 놀이터 중앙의 미끄럼틀로 올라가기 위해 설치된 거미줄 모양의 틀이 있어서 그렇게 부른다. 


미끄럼틀, 그네, 시소, 틀그네 등 여느 작은 놀이터와 다름없는 이곳이 아이들에게 특별하게 된 것은 누군가 시작한 ‘미션’ 때문이다. 미끄럼틀 위 한구석에는 검은 펜으로 적힌 ‘미션1. 내려가서 시소로 가시오’라고 적혀있다. 누가 시작했는지 알 수 없고, 글씨로 보아서는 한 아이가 모두 작성한 것 같지 않다. 하나의 미션을 마치고 다음 장소로 가면, 그 다음 미션이 기다리는 형식이다. 아이들은 누군가의 메모를 따라 그네를 타기도 하고, 시소 밑을 들여다보기도 한다. 그 모습이 사뭇 진지하기까지 하다. 아이들 스스로 놀이터를 ‘레벨 엎’시킨다.


요즘 아이들은 바쁘다. ‘놀이터에 아이들이 없다’는 이야기를 심심찮게 듣는다. 정해진 스케줄에 따라 학원과 학원 사이를 오간다. 동네에 노는 친구들이 없으니 친구를 찾아서 학원을 가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또한 한국의 놀이터는 천편일률적이어서 어느 동네의 놀이터에 가도 비슷한 미끄럼틀과 똑같은 모양의 그네, 같은 크기의 시소가 놓여있다. 


바쁜 아이들이 잠시 짬을 내어 들르는 놀이터는 언제나 같은 모습이다. 또한 아이들은 놀이터 벤치나 그네 주변에 함께 둥글게 원을 만들며 모여 있다. 스마트폰이 있는 아이를 중심으로 게임구경을 하는 것이다. 놀이터는 엄마의 눈을 피해 핸드폰게임을 하거나 게임하는 친구를 구경하는 곳이다. 


[사진글= 미션1. 내려가서 시소로 가시오]


그런 아이들의 놀이터에 적힌 작은 ‘미션’이라는 메시지 하나가 놀이터를 ‘놀이 하는 곳’으로 진화시켜 놓았다. 아이들 스스로 놀이터를 바꾼 것이다. 게임 용어로 이른바 ‘놀이터의 레벨 업’이 되었다. 손 글씨 하나의 미션은 다른 미션을 또 만들고 그 주변으로 아이들은 다시 모여든다. ‘00야! 집에 가야지!’ 


부지런히 아이이름을 부르는 엄마를 향해 아이가 대답한다. ‘엄마 미션 한 번만 더 찾고 갈께!’ 이미 여러 번 미션을 따라 놀이터 이곳저곳을 돌아다닌 듯한 아이는 엄마의 재촉에 아랑곳하지 않고 한번 더 미션을 따라서 논다. 그리고 아쉬운 듯 떠난다. 아이에게는 하나뿐인 특별한 놀이터이다. 아이들 스스로 만든 세상에 하나 뿐인 특별한 놀이터다. 


[사진 글 = 미션8: 최종 장소는 집!!!!]


이 놀이터에 적힌 마지막 미션은 ‘집에 가시오’이다. 놀이터는 아이들의 손에 의해 진화하고 있다. 


장곡타임즈 박수형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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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알권리 충족과 정보공유를 위해 개방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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