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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로시민저널

애꾸눈 뉴스 소비시대, 팩트체크 효과 있나

예전엔 정보가 부족하고 유통 환경이 열악한 탓에 '무식해서 용감해진 사람들'이 많았다면, 지금같이 정보가 넘쳐나는 시대엔 '더닝크루거[각주:1]족들'이 '무식한 사람들'을 대체하고 있는 건 아닐까. 최근 어떤 이슈에 대해서 보고 싶은 뉴스나 정보만 소비하면서 확증의 덫에 걸린 사람들을 주위에서 많이 만나게 된다. 이럴 때마다 미디어 교육과 토론의 중요성을 절실하게 느꼈다. 뉴스톱 김주일 대표가 한국언론진흥재단에 제공한 아티클을 요약하고 소개하며 이 문제에 대해 생각해 보는 시간을 제공하고 싶었다. -편집자주.

 

 

한국은 미국, 일본이나 독일 등 선진국에 비해 편향적인 뉴스 소비가 1.5에서 3배가량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나와 같은 관점의 뉴스 44%, 반대 뉴스 4%

 

한국언론진흥재단은 《미디어이슈》 제6권 3호, <편향적 뉴스 이용과 언론 신뢰 하락>이라는 보고서에서, ‘나와 같은 관점의 뉴스를 선호한다’는 한국 응답자는 44%로 조사돼 40개국 평균 (28%)보다 16%p 높게 조사됐다.[각주:2] 터키(55%), 멕시코(48%), 필리핀(46%)에 이어 네 번째로 높은 수치다. 

 

반면 ‘나와 반대되는 관점의 뉴스를 선호한다’는 답변은 4%로 체코, 헝가리, 대만, 폴란드(각 3%)에 이어 다섯 번째로 낮았다. 대체로 중진국 혹은 개발 도상국으로 분류되는 국가들이다.

 

팩트체크 전문사이트인 뉴스톱 김주일 대표는 한국언론진흥재단 [신문과방송] 2017년 7월호의 “주범은 정파적 뉴스 소비-무엇이 팩트를 가리나”라는 글에서 “편파적 뉴스 소비는 확증편향을 더욱 강화하며, 에코 챔버(Echo Chamber)[각주:3]에 갇히게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의 정파적 뉴스 소비 성향과 유튜브의 추천 알고리즘은 팩트체크가 힘을 쓸 여지를 줄이고 있고, 한마디로 팩트체크를 봐도 내가 지지하는 정치 세력의 의견과 다르다면 믿지 않거나 받아들이지 않는다”라고 분석했다. 김 대표는 한국 국민이 정파적인 뉴스를 선호하는 이유에 대해서 “정파적인 언론을 계속 보다 보니까 정파적인 뉴스를 더 선호하게 된 것인지, 아니면 한국의 정치지형의 양극화로 인해 뉴스 소비 자체도 양극화된 것인지는 연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미지출처-한국언론진흥재단

10분이면 만드는 허위정보와 길게는 며칠이 걸려야 하는 팩트체크

 

언론의 팩트체크에 대해서도 김 대표는 “허위 정보와 가짜뉴스가 범람하는데, 언론은 손 놓고 아무 일도 안 하는 것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딱히 돈이 되지 않는 이 팩트체크 작업에 한정된 재원을 쏟아 넣는 것은 언론사 입장에선 낭비에 가깝다.”라고 말했다.

 

독자들이 언론사에게 팩트체크를 쉽게 말하지만 언론사 입장에서는 그리 간단한 게 아니라는 것이다. 그는 “허위 정보를 만들어 유포하는 것은 금방이지만 팩트체크 과정은 해당 내용이 사실이 아니라는 증거를 찾아서 보여줘야 하고, 사실 확인 과정을 여러 차례 거쳐야 하는 크로스체킹은 필수”라며, “10분이면 만드는 허위 정보를 검증하기 위해선 적게는 서너 시간, 길게는 며칠이 걸리기도 한다.”라고 말했다.

 

게다가 김 대표는 “사람들은 팩트체크의 중요성을 강조하지만, 막상 팩트체크 뉴스를 자세히 읽지도 않는다.”라며 독자들의 뉴스소비 형태도 꼬집었다. 그러면서 “차라리 정치 셀럽(celebrity)의 페이스북을 그대로 기사를 옮겨 쓰는 게 시간도 절약되고, 클릭수도 10배 이상 보장된다.”며 현실적인 언론 환경을 설명했다. 

 

'조국정국' 보고 가장 공정했던 방송사 1위 MBC, 2위 TV조선

 

미디어오늘·리서치뷰가 2019년 11월 공동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조국 정국’ 보도 관련해 가장 공정했던 방송사 1위는 MBC(19%), 2위는 TV조선(17%)이었다. 조국을 가장 열심히 옹호했거나 반대한 두 방송이 나란히 1~2위를 차지했다. 이들이 보도했던 내용 중 일부는 오보이거나 결과적으로 틀린 내용이다.

 

미디어오늘·리서치뷰 공동 여론조사 결과 <출처 - 미디어오늘>

문제는 가짜뉴스에 대한 언론과 일반인의 생각 편차가 너무 크다는 점이다. 사람들이 가짜뉴스라고 생각하는 콘텐츠 1위는 메신저 등을 통해 유포되는 속칭 ‘찌라시’(92.8%)였다.[각주:4] 뒤를 이어 뉴스 기사 형식을 띤 조작된 콘텐츠(92%), 언론사 오보(89.6%), 낚시성 기사(87.2%), 짜깁기 기사(86.8%), SNS를 확인 없이 전재한 기사(85.9%), 편파적 기사(81.4%), 광고성 기사(75.3%) 순으로 응답이 나왔다. 

 

국민들이 보기에는 가짜뉴스가 도처에 널려 있으며, 그 가짜뉴스를 생산해내는 주체는 언론사라고 생각하지만 언론사 오보는 가짜뉴스라고 보기 힘들다. 매우 특수한 상황을 제외하고 언론이 취재가 부족해서 오보를 낼지언정, 고의로 오보를 내지는 않기 때문이다. 

 

2019년 하반기 조국 사태가 한창일 때 일부 사람들은 언론이 팩트체크도 하지 않고 기사를 내보낸다며 불만을 폭발적으로 드러냈다. 이런 내용은 팩트체크의 대상이 될 수 없다. 언론은 수사기관처럼 계좌 추적이나 압수 수색을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다른 사람의 증언이나 이미 공개된 자료들을 통해 ‘합리적 추론’과 의혹 제기를 할 뿐이다. 이 추론이 틀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렇다고 언론이 100% 확인된 것만 보도할 수도 없다. 보도는 하되 절제되고 신중하게 해야 할 필요가 있다.

 

팩트체크는 만능이 아니다. 언론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차원에서 팩트체크 뉴스는 여전히 유효하다고 믿는다. 하지만 우선 지금은 팩트체크에 대한 과도한 기대는 버리고, 팩트체크 본연의 역할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아래 링크는 한국언론진흥재단 <신문과방송> 2017년 7월호-김주일 뉴스톱 대표의 “주범은 정파적 뉴스 소비- 무엇이 팩트를 가리나”라는 원본 글입니다. 더 자세한 내용을 원하시면 아래 링크를 클릭해 보시기 바랍니다] 

 

 

 

한국언론진흥재단

진짜와 가짜의 경계가 희미해지면서 언론 보도의 ‘팩트’는 더욱 더 파악하기 쉽지 않은 일이 되고 있다. 사람들 역시 진짜와 가짜 구분이 명확하지 않은 자료를 바탕으로 저마다 목소리를 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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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흥소셜미디어교육연구센터 김용봉 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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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로시민저널리즘 - 시흥미디어

 

  1. 코넬 大 대학원생 데이비드 더닝과 저스틴크루거 교수가 학부생을 대상으로 한 인지편향 실험을 통해 제안(1999)한 이론. 잘못된 결론에 도달하더라고 능력이 없기 때문에 실수를 알아차리지 못하는 현상을 더닝크루거 효과 (Dunning Kruger effect)라고 한다. - 출처. 네이버 지식백과 [본문으로]
  2. 영국의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 주관으로 2012년부터 매년 발행되는 《디지털 뉴스 리포트》 2020년 판 중 한국과 관련된 부분의 요약본 [본문으로]
  3. 반향실에서 소리가 울려 증폭되는 것처럼 정보, 아이디어, 신념이 정의된 시스템 내에 서 증폭되거나 강화되는 상황 <출처 - “소셜미디어·메시징 앱과 필터버블: SNS 세상에 서 더 견고해지는 ‘생각의 감옥’”, 《신문과방송》 2017년 7월호> [본문으로]
  4. 한국언론진흥 재단이 2019년 2월에 발행한 《미디어이슈》 제5권 1호, <일반 시민들이 생각하는 ‘뉴스’와 ‘가짜뉴스’> 보고서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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