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왕타임즈 편집위원 (도시환경연구소장)
'갈등조종협의회' 사무국 기능용역기관에 맡기는 건 신중해야
개발사업과 관련한 잘못된 민관 협력적 틀은 '독'일 수 있어
최근 지역 언론에 군자지구 서울대 시흥캠퍼스는 ‘밀실계약’ ‘퍼주기협상’ ‘정치적 산물’이란 용어로 연일 보도되고 있다. 시흥시민의 힘(대표 임승철)이 제안한 시민공개원칙에 의한 시민협의체 구성에 대해 시흥시가 그와 비슷하게 추진 의사를 밝혔다. 그동안의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시민들이 참여하여 공개적 협의체를 구성하자는 제안을 시흥시가 일부 수용한 것처럼 보인다. 소위 갈등조정협의회를 구성하고 이를 시민협의기구 구성을 위한 합의기구로 역할을 하게 한다는 계획이다.
갈등조정협의회의 구성원에는 시흥시 단체가 아닌 사회갈등연구소라는 외부용역기관 대표가 들어있다. 시흥지역 갈등이 문제는 마땅히 주민중심의 협의적 구조를 갖추어야 하는데 일개 용역업체가 마치 시흥지역 주요 이슈를 분석하고 시민협의회 기구 구성과 운영에 대해 제안하며 결과보고서까지 작성한다는 것은 실로 이해하기 어렵다.
사회갈등연구소는 시화MTV개발사업을 주도했던 시화지속가능갈등조정협의회(이하 시화지발협)에서 수천 만 원의 용역을 받아 보고서 작성사업을 추진한 업체이다. 시화지발협이 시흥지역주민들과 시화호 주변 환경단체들과 얼마나 많은 대립과 갈등을 유발해 왔는가?
갈등조정협의회 또한 시흥시에서 사회갈등연구소에 수천만원의 용역을 줘서 추진하고 있는 사안이다. 사회갈등연구소의 업무역량을 평하려는 것이 아니다. 대부분의 용역기관이 용역 준 곳의 입맛에 따라 결과물을 만든다는 것은 일반적으로 아는 상식이다. 돈을 받고 일하는 곳이 돈을 준 곳의 의지와 이해관계에 거슬러서 용역을 수행한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다.
시화지발협을 마치 거버넌스의 모범적인 사례라고 이야기한다면 전국에 있는 환경단체를 비롯한 지역사회 시민단체에서 얼마나 동의하겠는가? 잘못된 거버넌스(민관협력)는 득이 아니라 독일 수 있다.
개발사업은 전형적인 이익추구형이다. 친환경이란 그럴듯한 구호로 치장한 채 사실상은 환경파괴임을 누구나 아는 사실이 아닌가. 2004년부터 시작된 시화지발협이 좋은 거버넌스라면 벌써 지역주민들과 소통과 협력적 구조를 만들었을 터이고, 지금처럼 지역사회로부터 의혹의 눈초리를 받고 있지는 않을 것이다. 거버넌스(협치)가 무엇인가? 대표성을 갖춘 민과 관이 상호 동반자적 관계, 평등한 관계를 가지며 정책을 수립하고 집행하며 이 과정 모두를 공개하고, 이후 평가와 의견수렴, 환류를 거치는 민주적 과정을 중시하는 것이 바로 거버넌스시스템이다.
시화지발협이 과연 거버넌스로서 정체성이 있었다면 시화지발협에 참여하지 않는 지역사회단체들과 지역주민들과 갈등이 고조되는 일은 생기지 않았을 것이다.
군자지구개발사업은 시화지발협의 전철을 밟아서는 안된다. 서울대 시흥캠퍼스문제, 지역사회 내에서 머리 맞대고 풀 숙제이어야 한다.
거버넌스는 용역으로 대신할 수 없는 소통과 신뢰의 산물이며 과정이다. 지금까지 서울대 시흥캠퍼스란 이름만 떠돌았지 정작 서울대 무엇이 들어올 건지 실체가 아무것도 없다. 무려 7년이나 실체없이 허공을 맴돌던 서울대 시흥캠퍼스문제를 불과 1월 안에 갈등조정협의회를 거치고 시민협의회를 만들어 2월 한 달 동안 시민토론회 3, 4회하고는, 여기서 나온 의견을 시민의견이라고 수렴해서 시의회에 결과보고서를 제출하겠다는 발상이 말이나 되는 일인가?
이번 사안은 도시계획 설계도나 조감도 그리는 용역사업이 아니다. 서울대 시흥캠퍼스 문제는 그동안의 불신의 골이 깊은 사안이다. 돈을 주고 용역으로 해결될 수 없는 지역사회 공동체의 문제임을 다시금 자각하길 바란다.
<정왕타임즈 5호에 게재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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