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수 세 명이 곰 사냥을 하기 위해 산에 오르던 중, 앞서던 포수가 뒤를 돌아보니 뒤따르던 일행들 뒤에 거대한 멧돼지가 달려오고 있었다. 앞 선 포수가 일행들의 뒤를 가리키며 위험하다는 신호를 보내자, 한 포수가 위험을 알아차리고 대피해 화를 모면했다. 그러나 다른 포수는 “왜 나에게 삿대질”이라며 화를 내다가 멧돼지에게 피해를 입고 말았다. 방향을 보았느냐, 손가락을 보았느냐에 따라 두 포수의 운명이 갈렸다.
그림출처-대전일보 운미(雲米) 삽화
최근 시흥시에 시민 개인과 단체, 정당이 함께 하는 시민단체가 출범했다. 마치 출자액의 다소와 관계없이 일인일표 형식의 협동조합처럼 공동의 목적을 위해 조직된 시민단체들이었다. 이 단체는 목적이 이루어지면 다시 개인과 정당, 단체로 회귀하는 한시적 조직이었다.
어느날 이 단체 회의석상에서 모 정당의 간부가 ‘솔직히’라는 단어를 꺼내며 속내를 털어 놓았다. “저, 솔직히 말할게요. 누군가가 저에게 이런 말도 해요. 지금 우리 당을 이 단체가 이용하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고요. 그래서 제가 이렇게 얘기했어요. 그 일이 옳은 일이면 기꺼이 이용당해 주겠다고.”
그 날이 있고 며칠 뒤 이번에는 다른 시민단체가 지역의 기자로부터 “시민단체에 정당이 함께하면 정치적으로 이용당할 수 있다는 비판을 받는다”며, “활동하는 시민단체 이름에서 정당을 빼야 한다”는 주장을 들었다.
이 두 가지 이야기만을 놓고보면, 해당 단체를 이끄는 집행부는 ‘한 문장만 있어도 모든 사람을 범죄자로 만들 수 있다’는 독일의 선동가 괴벨스급이다. 반면, 그곳에서 활동하는 시민과 단체, 또는 정당은 2016년도에 나향욱이 말한 개·돼지가 된다.
이 상황에서 아쉬운 건 호사가들의 도마가 아니다. 스스로 언론인이라고 하는 사람들의 시각과 본분이다. 언론은 시민단체가 제시하는 방향에 초점을 두고 그 일로 지역사회에 어떤 변화와 영향을 줄 것인지에 대해 다루어야 했다. 하지만 몇몇 언론들은 그 조직 안에 누가 있는지, 누가 선동하고 이용당하는지, 하물며 특정인에게 거기에 뭐하러 들어갔느냐며 훈계를 하는 등 손가락만 보는 모습들을 보였다. 언론은 현상을 통해 주변을 살피고 위험(변화를 포함)을 감지해 공동체에 알리는 기능을 해야 한다. 이것이 라스웰(Lasswell)이 말하는 미디어의 환경감시기능이며, 생존한 포수의 예다.
한때 기자가 상류사회의 직군이라는 환상을 가진 적이 있었다. 하지만 어느날 학부수업 도중에 한 구절을 보고 그 환상이 의무로 바뀌었다. 지금도 그 구절은 내가 추구하고 있는 시민저널리즘의 구동축으로 지탱하고 있다. 누군가에게도 이 '악타듀르나' 정신이 환상이 아닌 의무로 바뀌길 바라며 옮겨 놓는다.
“로마시대 커뮤니케이션에 종사했던 통신원은 노비들이었다. 이들은 노비통신원(slave reporter)으로서 오늘날 기자의 조상이라고 할 수 있다. 예전 노비는 공복 혹은 봉사자의 의미를 가진다. 그러므로 오늘날의 기자 역시 시민의 공복 혹은 봉사자로서 그 역할을 다해야 한다. 이것은 기자의 윤리인 동시에 그 조상인 노비통신원의 정신을 계승하는 것이기도 하다.”-(안종묵.2004,신문학입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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