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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로시민저널

선생님이 생각나서요

잘은 모르지만 운동은 대부분 어깨에 힘을 빼야 제대로 효과가 나오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어깨의 힘은 비단 운동에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지난 해부터, 마을학교 미디어수업을 할 기회가 생겼다. 아이들을 만나는 경험은 미천했고, 미디어라는 폭 넓은 분야를 청소년들에게 제한적인 기간 동안, 어느 분야를 어떻게 알게 하는 것이 좋은지, 교수법도 미약했다. 그러다 보니 잘 해야겠다는 의욕만 강했던 것 같다.


펀치 한 방에 상대를 뉘이겠다는 의욕은 오히려 자신의 힘을 빠지게 하는 결정적인 요인이 되기도 한다. 경험도 부족하고 교수법도 정리가 안된 상황에서 청소년들에게 뭔가를 알려주겠다는 의욕은 많은 시행착오를 야기시키며 점점 지치게 만들었다. 그렇게 반 년이란 시간 동안 꾸역꾸역 수업이 진행되었다.


열악한 환경과 자질 부족 등 한탄이 잦아지고 한 해가 바뀌었다. 그래도 가끔 떠 오르는 아이들과의 만남이 청소년들을 마주할 나에겐 좋은 경험이었다는 생각이 피어오를 8월의 무더운 여름, 한 통의 카톡 메시지가 왔다.  


학생이 보낸 카톡 메시지


'교육은 콩나물 시루에 물 주듯 해야 한다'는 말이 있다. 가끔 지금 하고 있는 수업이 효과가 있는지, 내가 잘 가르치고 있는 것인지 분간이 되지 않아 답답한 경우가 있다. 그래도 시루에 물 주는 걸 거르지 않고 지나 온 것이 어느 녀석에겐 조금씩 자양분이 되었다는 걸 알고 나니 어깨에 힘 빼는 게 이런 것인가 싶다. 교사는 꿋꿋이, 꾸역꾸역 물을 주며 기다릴 줄 아는 것이 기본적으로 갖추어야 할 자세가 아닌가 싶다.


마을학교 미디어교사 김용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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