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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교육관련

누구에겐 질문이 남고 누군가에겐 정리가 되는 시간

21일(목). 시흥시 정왕동 중앙도서관에는 고개를 갸웃거리게 하는 현수막 하나가 붙었다. ‘내 생각은 온전히 내 것인가?’라는 질문이 새겨진 현수막이었다.



저녁 7시가 가까워지자 도서관 4층 시청각실에는 학생들과 시민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시흥소셜미디어교육연구센터(이하, SMD)운영위가 주관하는 미디어 세미나가 있는 날이었다. 세미나는 그동안 SMD 교육을 이수한 시민들과 정왕꿈의학교 ‘여기’ 미디어반 청소년, 군서중 미디어수업을 수강한 학생들 대상을 위한 자체 행사였다. 일반인들은 사전접수자에 한해 참여할 수가 있었다.


7시를 조금 넘긴 시각, 세미나실에는 SMD 운영위원회를 비롯해 약 30여명의 참여자들이 자리를 메웠다. 본 발제에 앞서 백재은 사무국장이 SMD의 설립 목적, 그동안의 활동들을 1분 정도의 시간을 빌어 소개했다.


[사진]= 세미나 모습 @배은주 위원


세미나는 지난 해 개봉되었던 내부자들의 영화 한 장면으로 시작되었다. “대중은 개, 돼지들과 같습니다. 짖다가 곧 조용해 질 겁니다” PT 화면이 넘어가고 이어서 나향욱 교육부 전 정책기획관의 “민중은 개, 돼지다. 먹고 살게만 해 주면 된다”는 기사 화면이 비춰졌다. 김용봉 센터장은 두 화면의 차이를 물으며 발제를 시작했다.


발제의 전개는 비판을 부정적으로 인식하고 있는 대중, 우리는 대부분 그 대중 안에 존재하고 있는 무비판적, 무의식적 존재라는 사실을 인식시키면서 참여자들에게 불편함을 던졌다. 그들이 말하는 개, 돼지는 외형적 비하가 아니라 언제나 길들이기 쉬운 집단이며, 그들이 바로 우리라는 것이었다.


[사진]= 세미나 모습 @배은주 위원


우리의 잠재의식을 지배하는 미디어, 지배에 의존하는 하비투스, 선택적지각과 확증편향 등으로 인해 우리는 자칫 진실을 눈 앞에서 본다해도 알아채지 못하는 무지의 존재일 수 있다는 내용은 불편하면서도 부정할 수 없는 메시지였다.  


발제는 평소 혼돈하거나 잘못 이해하고 있는 ‘대중과 민중’, 비판, ‘사실과 진실’ 등의 개념과 정의를 짚어 가며 우리의 행동과 인식이 정보에 대해 얼마나 무감각하게 살아가고 있는지 살펴보길 주문했다. 사진 한 장으로 대조적인 결과물들을 보여 주며 미디어가 우리의 의식 안에 어떻게 침투하고 있는지 돌아보는 시간도 가졌다.


[사진]=인사말을 전하고 있는 최미선 위원장(사진 오른 쪽)@백재은 사무국장


발제가 끝난 뒤 최미선 위원장은 “오늘 학생들이 이렇게 미디어 세미나에 참여하는 모습을 보며, 조금 일찍 이런 기회가 생겼더라면 우리 아이도 이런 시간을 함께 누렸을 것이다”라고 아쉬움을 전한 뒤 “앞으로도 더 좋은 미디어 교육과 세미나를 열어 지역의 청소년들에게 폭 넓은 사고 능력을 겸비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인사말을 전했다.  


사전 접수로 참여한 정왕동 시민 전 모씨는 “도서관에 게시된 현수막을 보고 심리적인 교육인줄 알고 신청했는데, 미디어에 대한 세미나여서 조금 당황했다.”며 “세미나를 듣고 평소 생각했던 미디어 개념을 다시 이해하는 시간이 되었다.”고 참여 소감을 밝혔다.


[사진]= 세미나에 참여한 소감을 밝히고 있는 채지안 군 @백재은 사무국장


서울국제고등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인 채지안 군은 세미나를 참석하기 위해 현재 거주하고 있는 서울에서 시흥시까지 왔다. 채 군은 세미나가 끝난 뒤 “최근에 미디어에 대해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며, “오늘 세미나를 통해 평소 갖고 있던 산발적인 미디어 개념들을 정리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고 말했다.


배우가 장래 희망인 박민규(서해고 1) 군은 “미디어반 학생들이 기자, 성우, 배우가 꿈인 친구들이 있다. 이런 학생들을 위해서 미디어교육이 꼭 필요한 것이고, 오늘 세미나가 그 시발점이라고 생각한다. 세미나를 통해 꿈을 향해 한 걸음 달려가는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고 말했고,


대야 마을학교 윤석창(가족다큐 1기) 교장은 “저는 이런 생각들을 종종해요. 세미나에서 말한 ‘미디어는 권력의 대리인’이라는 말처럼 세상의 천재라는 사람들이 권력자들의 희생양으로 사는 것은 아닌지, 권력을 가진 사람들이 조종하고 있는 이 시대에서 나는 그렇게 살지 말아야겠다. 민중은 개·돼지라는 말을 한 교육부 간부는 뭔가를 희석해야 할 현실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희생양이 된 건 아닌가? 민중은 개·돼지라고 말 한 것이 그의 생각 속에서 나온 것인가? 의도된 것은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든다.”며 현재 미디어가 전하는 사실 너머의 다른 진실의 가능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정왕지역아동센터 이기숙 센터장은 "비판은 부정적이라는 고정적인 관념을 합리적이고 순기능적인 사고로 전환하는 놀라운 반전의 시간이었다"고 세미나 참여 소감을 말했다. 함께 참여한 방미경(정왕지역아동센터 실무자) 씨는 “여기 오신 분들이 너무 진지하시고 힘들고 분주한 시간 속에서도 이런 생각을 가질 수 있는 용기가 부럽다.”며, “오늘 세미나 내용 중에서 어려운 용어와 내용이 많았는데도 학생들이 진지하게 듣는 모습을 보면서 감동도 전해졌다.”고 말했다.


[사진]=세미나 발제 모습@배은주 위원


월곶에 사는 정희영(가족다큐 1기) 씨는 “강의를 들으면서 비판도 하지 않고 의식도 하지 않은 존재, 단합된 행동능력이 없는 난 완벽한 대중이다, 라는 것을 느꼈고 저도 하비투스에 대한 단어에 꽂혔던 것 같다. 아 그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한 뒤 “오늘 보여 준 PT프로그램 프레지를 배우고 싶다”고 말해 웃음을 전하기도 했다.


장래 저널리스트가 꿈인 박남규(정왕고 1) 군은 “이런 주제에 대해서 관심이 많았다. 오늘 강의에서 인상 깊었던 것이 사실과 진실에 대해서 어렵다고 생각했었는데, 강의를 통해 조금 이해하게 되었다.”며, “미디어에 대한 여러 가지 이론들과 ‘미디어는 권력자의 대리인이다’라는 말이 기억에 남는다. 오늘 강의는 제가 기자가 되기 위해서 생각해 봐야 할 미디어에 대한 고민과 중요한 화두를 던져 주신 것 같다.”는 의견을 냈다.


이번 세미나의 특징은 중학생부터 시민에 이르기까지 연령 층이 다양했다는 점이다. 어른들도 어렵게 느껴졌던 미디어 세미나를 과연 중학생들은 어떻게 이해했을까.


남기연(군서중 1년) 군은 “평소 이런 생각을 전혀 해보지 못했는데 새롭게 생각할 주제가 생겼다.”며 “강의 내용이 조금 어렵기는 했는데 이해가 전혀 안 되는 것은 아니었다”고 말했고, 같은 학교에 재학 중인 전 준(준서중 1) 군은 “ 인상 깊었던 것이 맥크루한이 주장한 ‘미디어는 인간의 확장’이란 정의였다.”며, “고정된 관념이 삶에 얼마나 많은 부분에 미치는가에 대해서 생각하게 되는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SMD 배현수 부위원장은 “이제까지 스스로 민중이라는 생각을 했었다. 세미나를 들으면서 대중과 민중의 개념을 접하고 개인적으로 성찰을 해보는 시간이었다. 내가 가지고 있는 생각이 합리적이라고 생각을 했는데 세미나를 접하고 보니 합리적이지 못했다”고 의견을 전했다.


SMD 백재은 사무국장은 “미디어는 단순히 정보를 전달하는 것을 넘어서서 다양한 도구를 활용하고 소통을 위한 커뮤니케이션 행위다.'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특히 인상적이었던 내용은 평소 '비판적 사고'를 부정적으로 생각했었는데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 사람을 둘러싸고 있는 모든 주변 환경이 미디어라는 점이었고, 미디어를 왜 비판적으로 봐야하는지에 대한 의문이 풀리는 시간이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사진]=발언을 하고 있는 김나희 학생 @백재은 사무국장


한편, 김나희 (군서고 2) 양은 “세미나가 답을 주지 않고 질문만 던진 것 같아 아쉬웠다”며, “주관적인 입장을 취해서라도 어떤 결론을 도출하고 그 의견에 토론이 붙는 방식이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장곡마을학교 주영경 교장도 “공개적으로 논쟁을 할 만한 곳이 많지 않다”고 말한 뒤 “SMD 세미나가 앞으로 토론이 가능한 주제를 발굴하고 다양한 의견이 건전하게 부딪히는 장으로 발전했으면 좋겠다. 이러한 활동이 꾸준히 이어졌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하기도 했다.


[사진]=발제하고 있는 김용봉 센터장@백재은 사무국장


발제와 각자의 의견을 공유하는데 1시간 반 가량의 시간이 지났다. 발제를 했던 김용봉 센터장은 세미나를 정리하며 “오늘 세미나에서 기대했던 것은 여러분에게 답을 드리려는 것이 아니라 측면의 독서처럼 새로운 생각을 확장해 나가는 것이었다.”며 “미디어는 매체 뿐만 아니라 주변에서 오는 정보, 친구들과의 관계, 어떤 사람과의 대화가 모두 미디어이며 이런 것들을 그저 수용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주체적으로 생각하고 비판적인 필터 과정을 통해 온전히 내 것으로 받아들이는 자세가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선 지금의 시각을 변화시켜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김한나 위원은 세미나를 마친 다음날, 다음과 같은 글을 보냈다.

나는 초등학교 5학년때까지 할아버지, 할머니와 고모, 삼촌이 함께 살면서 대가족의 장점과 단점을 알게 되었다. 웃어른의 말 한 마디에 대답과 동시에 몸이 움직여야 했다. 늦게 대답하거나 행동이 따르지 않으면, 뜀박질을 하거나 야단을 맞기 일쑤였다. 내 생각이 맞다 할지라도 함부로 내 생각을 끝까지 주장하지 못했고, 상대방의 의견을 따르거나 설득 당하며 살아왔었다. 착하다, 순하다,란 말에 남의 의견을 무조건 받아들여야 된다는 초긍정적인 사람이 되었다. 남의 말을 잘들어 사기도 많이 당하고, 대학 중퇴하고 다단계에 빠져 잠시 미쳐보기도 했었다. 그야 말로 팔랑귀였다.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다양한 경험들을 하면서 내가 눈으로 보고 귀로 들은 것만이 사실이나 진실이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미나를 통해 비판적인 사고나 합리적인 사고(주어진 정보를 그냥 수동적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적극적으로 의문을 제기하며 스스로 해답을 모색하는 것이다)를 가지고 사물이나 일들을 바라보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알게 되었다. 개, 돼지처럼 순종적인 대중보다 민중이기를 바래보며, 끊임없이 합리적 사고를 위해 생각하는 힘과 능력을 길러야 할 것 같다. -세미나를 통해 나를 보다-

[사진] = 세미나를 마치고 참여자들과 함께@이성희



시흥소셜미디어교육연구센터(Siheung social media critique and education center)는 시민들이 미디어를 주체적이고 창의적으로 생산하고 올바르게 소비하도록 리터러시 능력을 향상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설립되었다. 그동안 SMD활동으로는 미디어 교육프로그램인 기사쓰기, 신문편집 및 제작, 영상리포트, 인터뷰 제작, 라디오 생방송, 가족다큐, 청소년 미디어 프로그램을 개설해 운영하였다. 이후에도 이론과 실기 등 작은 세미나를 통해서 학습해 왔고, 영화를 매개로 한 주제토론 등 다양한 미디어 활동을 실천하고 있다.



글. 백재은 사무국장, 편집. 김용봉 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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