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의 흔적을 지워가며 형성된 도시"
16일자 <시흥저널> 1면 머리기사는 숙박시설 소음 때문에 못 살겠다는 오이도 주민들의 불만에 관한 내용이었다. 기사에는, 숙박객들이 내는 소음 때문에 ‘주말은 그야말로 지옥’같다는 주민들의 원성과 ‘그곳에는 숙박시설이 없는데 무슨 단속을 하느냐’는 공무원의 얘기, 숙박업소 간판이 즐비한 오이도 사진들이 실렸다.
오이도가 몸살을 앓도록 찾아오는 이들은...., 세계적인 불경기로 장사가 안 되는 이때에 오이도에서 돈을 쓰려고 끈질기게 찾아오는 이들은...., 허가 난 숙박시설도 없고 버젓한 주차시설도 없는 이곳에서 주말 밤을 보내려는 이들은 누구인가.
‘오이도’ 라는 동네 이름을 서울에서 자주 듣고 본다. 지하철 안내방송은 ‘오이도행 열차를 타실 분은 이번 역에서 갈아타라’고 안내한다. 오이도역은 오이도가 아니더라는 말도 들었다. 그리고 오이도에 엠티를 갔다 왔다는 대학생들 얘기도 들었다.
지하철 4호선 종점인 오이도역 앞 버스정류장. 1번, 23번, 510번, 여러 노선의 버스들이 손님들을 소래포구로 실어 나르고, 실어 온다. 하루해가 기우는 시간에 해산물 안주에 불쾌해진 얼굴로 돌아와서 다시 4호선을 타고 떠나는 사람들. 이들은 바닷가 포구를 찾아서 몰려든다. 오이도를 시끄럽게 하는 사람들도 바다를 찾아서 오는 사람들이다.
▲ 한화가 97년에 군용 화약류 종합시험장으로 매립한 군자지구(05년 시흥시가 5천 600억에 매입)
이십 몇 년 전에 신천리(지금은 신천동)에 처음 왔을 때 “바로 저 너머가 바다”라고 이곳 사람이 말했다. 전철로 부천에서 내려 남쪽으로 왔기 때문에 방향감각으로는 실감이 나지 않았다. 그러나 이곳에 살게 되면서 뭔가 식혀야 할 일이 있으면 포리초등학교 앞, 저수지 부근(지금은 없어진)에 갔다. 그곳에 가면 바다가 느껴졌다.
지금 그곳에는 시내버스 공영차고지, 전철공사 현장사무소가 들어서 있다. 월곶 역시 해안가 이지만 바다의 느낌을 찾아서 오는 사람은 많지 않다. 코앞에 군자지구가 있어서 이제는 내륙의 느낌이 강하다. 해안선을 밀어내고 만든 시화지구를 생각하면 시흥시는 태생적으로 바다의 흔적을 지워가며 형성된 도시인지 모른다.
세계의 번성한 도시들은 흔히 바닷가에 위치하고 서울은 바다로 나가기 위해 아라뱃길을 만들었다. ‘목포는 항구’라고 했던가. 시흥시는 서울에서 ‘여수 밤바다’ 가는 시간의 절반의 절반이면 닿을 수 있는 바닷가 도시, 해변도시다.
바다를 낀 도시들은 돈을 모아들이고, 사람들은 바다를 그리워한다. 송창식의 노래에서 ‘술 마시고 노래하고 춤을 춰 봐도 가슴 속엔 슬픔뿐인 사람들’이 낮은 음으로 답답해하다가 음이 툭 트이면서 ‘자 떠나자’라고 가슴을 편다. 바다를 찾아가는 여정(旅程)을 그린 영화도 드물지 않다. 소설에서는 오토바이를 타고 인천으로 달리는 이명준(최인훈 ‘광장’)의 바다행(行)이 오래 기억에 남는다.
사람들은 바다 때문에 이곳을 찾아온다. 하지만 시흥시는 바다의 느낌을 없애는 일들을 줄곧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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