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쪽이 어디요? 라는 질문에 이쪽이 서쪽인가요? 되묻는 東問西問"
중앙일보의 일요판 신문인 중앙선데이가 흥미로운 기사를 지난 1월말부터 내 놓고 있다. 전국의 230개 기초자치단체를 분야별로 평가해서 순위를 발표했다.
시흥시는 주민만족도에서 200위, 경제만족도 149위, 주거만족도 166위, 소방방재 185위, 치안과 사회질서는 228위로 꼴찌에서 3번째로 평가되었다. 대체로 하위권에 속한다.
조사들 중에서 주민만족도 조사는 서울대 행정대학원과 중앙선데이가 심혈을 기울인 작품이다. 주민들이 느끼는 주관적 행복감의 크기를 비롯하여 8개 부문의 생활 만족도와 16가지 행정 서비스에 대한 만족도를 분석했다. 그 방법이 국내 최초라 할 만큼 지역의 실제 상황을 살펴서 평가했다.
지난 18일 시흥시청. 어느 기자가 시장에게 이 조사결과를 언급했다. 시흥시장이 서울대 사업에 대하여 기자회견을 갖는 자리였다. 김윤식 시장이 기자에게 되물었다. “어느 기관이 조사한 건가요?” “중앙썬데이요?” “중앙썬데이가 뭔가요?” “중앙썬데이가 뭔지 모르겠지만 그 평가에 대하여…”
이번 평가결과는 전국의 지역 언론들이 인용해서 보도할 만큼 주요 뉴스였다. 조사방법에 주관적 만족도가 포함되어 있었고 인터뷰 대상만 2만 명이 넘었다. 1위를 차지한 강원도 양구군의 사례는 지방자치단체의 노력이 어떻게 주민을 행복하게 만드는지 보여주었다.
이 조사결과가 나온 후 200위 도시에 사는 ‘비애’가 시흥시의 저잣거리에서 회자되었다. 시흥시에는 ‘내가 원래 이런데 살 사람이 아니라’는 태도를 한 자락 깔고 말하는 사람이 많다. 그런 탓인지 이번 조사결과에 대해서도 놀라기보다 ‘시흥시가 그렇지 뭐’라며 대부분 남의 얘기처럼 반응했다.
시청 사람들의 말처럼 ‘한국 최고의 지성이 모였다’는 서울대가 조사한 결과다. 장안의 화제가 된 이 조사결과를 시장이 정말 몰랐는지 모르겠지만 “세상의 수많은 평가들에 일일이 반응할 수 없다”며 넘어가는 그 태도가 시민들에게는 걱정거리다. 조사결과를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어떻게 하면 주민 행복도가 높아지는지 다시 살펴보아야 했다.
기자회견장에서 그 기자는 서울대가 있는 서울 관악구가 서울에서 꼴찌이며 전국적으로는 시흥시보다 더 낮은 216위를 기록한 사실도 언급했다.
시장과 미래사업단장은 최근 ‘지금은 기업이 인재를 찾아서 오는 시대다. 서울대를 유치하면 기업들이 군자신도시로 몰려올 것’이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 그러면서 실제로 서울대 관악캠퍼스에는 국내 굴지 기업들의 연구소가 들어와 있고 연구원 숫자만 수천 명에 달한다고 덧붙인다.
그런데 서울시 관악구의 주민 만족도가 전국적 최하위를 기록한 것이다.
관악구를 자주 가 본 사람들에게는 놀라운 사실이 아니다. 한강 남쪽이면서도 강남과는 다르다. 서울대 유치와 관련한 기자회견장에서 관악구 실정이 지적된 것은 대학이 있다고 해서 주민 만족도가 바로 높아진다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말하기 위해서였다.
이에 대한 시장의 답변은 특이하다. “관악구가 저평가 되었다면 그 이유를 서울대에 물어야 하나요? 그러면 시흥시는 산기대나 경기과기대에 물어야 하나요?”
말을 일부러 그렇게 하는 것인지 생각이 일반인들과 다른 탓인지 동쪽으로 묻는 질문에 서쪽으로 대답을 한다.
작성: 주영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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