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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로시민저널

허깨비 공중, 허깨비 공론장

“사람들은 단순히 무지하거나, 

 다른 사람들이 모든 일에 관심을 갖고 있다는 생각은 신화다” 


월터 리프만(Walter Lippman)이 지금으로부터 약 90년 전에 시민들이 듣기에 매우 거슬리는 주장을 했다. 그는 "대부분의 시민은 결정에 참여할 가능성도 없고, 할 능력도 없는 방관자(Outsider)로 남아 있게 된다"며 시민들을 허깨비 공중(The Phantom Public)에 비유했다.


시민협의회는 지난 21일 서울대사업과 관련해 시민의 의견을 물어 사업을 진행하겠다고 시민토론회를 주최했다. 행사 주최 측은 전국에서 처음 있는 일이라며 행사에 크게 의미를 부여했다. 그러나 시민은 리프만의 말처럼 '허깨비 공중'이었다. 

 ‘KBS시사기획 창’에서도 시민토론회에 대한 의미를 크게 본 탓인지 관심을 갖고 촬영을 했다. 하지만 토론회는 시민협의회가 당초 예상한 인원 300명의 반에도 못 미치는 약 100여 명을 어렵게 채운 자리였다. 시민협의회 위원들의 발제식 토론회가 끝나고 시민들의 팀별 토론회와 설문조사가 시작될 무렵 많은 시민들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약 다섯 테이블에서 50여 명만이 남아 나머지 순서를 진행했다. 그나마 행사주최 인원과 시민협의회 위원들이 포함된 숫자다. 

사회 구성원에는 크게 세 가지의 공중이 있다고 말한다. 첫째는 어떤 사안이든 그 문제에 전문지식을 갖고 있는 시민이다. 이들은 늘 이슈에 관심을 갖고 비판적 자세를 취한다.둘째는 단지 호기심만 있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이슈에 관심이 있을 수도 있다. 이들에겐 시간이 부족하다. 셋째는 리프만이 제시한 어떠한 이슈에도 관심 없는 사람들이다. 

중요한 것은 사람들은 어느 부류에 항상 고정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다.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고 상호작용을 할 수 있는 공론장을 통해 이들은 얼마든지 관심을 갖을 수 있고, 전문지식을 갖춘 공중으로 변할 수 있다. 이러한 현상을 사회학에서 공중연동이론(The Theory of the Interlocking Public)이라고 말한다.

시흥시민들은 현재 서울대사업에 대해 관심을 많이 가진 사람, 혹은 전문인, 그저 관심만 있는 사람, 또는 무관심한 사람으로 나눌 수 있다. 시 행정부는 이러한 시민들에게 정보 제공과 상호작용을 할 수 있는 여건을 충분히 조성해야 한다. 그래서 시민 대다수가 서울대 사업에 관심을 갖고 합리적인 의견을 도출하도록 공중연동을 유도해야 한다. 그런데 시는 이번 행사 한 번으로 시민들의 의사를 묻겠다고 한다. 


이 행사를 주관한 사회갈등연구소 박태순 소장은 비록 남아 있는 시민은 50여 명이었지만, 이날 정리된 시민의 의견으로도 40만 시흥시민의 의견을 대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충분한 시민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노력했고, 그 시기가 짧은 것에 대해서는 아쉽다며 절차가 급하게 진행되는 것에 대해 시인했다. 


왜 당초 계획했던 권역별 토론회를 하지 않았을까. 박 소장은 짧은 시기에 맞춰 시민들을 모아 토론회를 열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 시기를 좀 더 늦춰서 토론회를 더 진행하지 않았는가라는 질문에 시기는 시와 타협했다”고 말했다. 


타협했다는 말은 두 의견이 상충되었을 때 적용되는 말이다. 어느 한 쪽은 빨리, 다른 쪽은 좀 더 시간을 갖기를 원했을 것이다. 시는 어느 쪽이었을까. 박 소장은 지금보다 시기를 더 빨리 요구한 쪽은 시 행정부였다고 대답했다. 


21일 진행된 시민토론회에서 모아진 의견은 오는 26일 시의회에 ‘서울대 사업에 대한 시흥시민의 의견’으로 제출될 예정이다. 의회 승인이 되면 대단위 시흥시 서울대 건설사업은 시작될 것이다. 시는 왜 허깨비 공론장에 그렇게 집착하고 일을 급히 추진하려고 하는 것일까.




"모든 사실이 모든 진실일 수 없다"


작성: 김용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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