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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로시민저널

경기도의회가 공차고 놀자면, 지자체 놀아줘야

 "근무시간에 보건소 차와 관용차까지 대동하여 행사 진행"


▲ 인천신문 한상선 기자와 지자체 시 공무원 전화인터뷰


조선시대 영조 때 암행어사 박문수는 마패를 허리에 차고 지방을 돌며 탐관오리를 벌하고 백성들을 살폈다. 200년이 지난 지금 경기도의회는  31개 시․군을 돌며 축구공을 차고 지역 주민의 세금으로 저녁 만찬을 즐겼다.

 

지난 7월 3일 화요일. 시흥시 포동운동장에서는 심기보 시흥시 부시장 등 간부공무원과 축구동아리 공무원, 시·도의원 등 60여 명이 모여 근무 시간인 오후 4시부터 축구 경기를 했고, 이후 저녁 식사를 가졌는데, 이 때 시흥시장은 외유 중으로 자리를 비워 그 시간은 시흥시청 책임자 및 대부분의 간부가 실질적 행정 업무를 정지해 놓은 상태였다. 


평일 오후 4시면 시흥시청 건너편 시화공단에 근무하는 근로자들에게는 밀려오는 졸음을 쫓으며 열심히 기계를 돌리고 있을 시간이다. 그렇게 벌어서 내는 근로자들의 세금이 경기도의회 축구동아리 의원들과 지자체 공무원들의 흥을 위해 소비되고 있었던 것이다.

 

비단 이 일은 근래에만 있었던 일이 아니다. 경기도의회 3대 때부터 내려오던 오래된 관행이라는 것. 그래서 그런 걸까. 시 공무원의 응답은 경기도 의원들과 공을 찬 것이 무슨 질문 거리가 되냐는 듯 ‘근무의 일환’이란 말로 자신 있게 답변을 했다.

 

어느 도의원은 전화인터뷰를 통해 이토록 오랫동안 전해 내려오고 있는, 일명 ‘축구 회동’은 시정현안을 논의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하며 현재까지 절차상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언론에서 문제 제기를 하는 것은 타당성이 있다고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경기도의원 일부는 스스로 '축구회동'이 문제가 있음을 시인하고 있는 것이다.


일부 기업에서 오더(order)를 받기 위한 수단으로 갑 측 회사 담당 직원들을 만나 돈 잃어 주고 술 사주는 행위와 시흥시를 비롯한 31개 시․군이 경기도의회 의원들에게 축구 상대가 되어주고 밥 사주는 것이 너무도 닮아 있다. 전자는 접대이고, 후자는 근무의 연속이며 시정을 돌보는 자들의 경쟁력 있는 행정활동이라고 말한다. 

 

춘향전에서 이몽룡이 변사또에게 전한 시가 떠오른다.

 

金樽美酒 千人血(금준미주 천인혈): 금 술통의 좋은 술은 천 사람의 피요

玉盤佳肴 萬姓膏(옥반가효 만성고): 옥 판의 좋은 안주는 만 백성의 기름이라

燭淚落時 民淚落(촉루락시 민루락): 촛불 눈물 떨어질 때 백성 눈물 떨어지고

歌聲高處 怨聲高(가성고처 원성고): 노래 소리 높은 곳에 원망 소리 높구나


경기도 의원들의 축구만찬에 올려 진 좋은 술은 도민들의 피와 땀이요. 근무 시간에 들려오는 축구회동의 함성 소리는 도민들의 높은 원망 소리만 만들어 내는구나.


작성: 2012. 07. 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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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알권리 충족과 정보공유를 위해 개방된 글입니다. Copyleft@ 시흥라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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