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왕동 아파트 높이는 대부분 10층 이하다. 죽율동 푸르지오와 배곧 신도시 아파트들이 들어서기 전까지 정왕권의 마천루는 아주아파트(25층)였다. 정왕동은 왜 10층 이하의 아파트로만 지어진 걸까, 아주아파트는 어떻게 25층까지 건축할 수 있었을까?
정왕동 아파트와 아주아파트 높이에 대한 설(說)들은 이랬다. “정왕동은 갯벌을 메운 매립지였기 때문에 지반이 약해 10층 이상으로 지을 수 없었고, 아주아파트 부지는 당시 섬이었기 때문에 지반이 튼튼해서 고층으로 올릴 수 있었다” 라는 것.
정왕동 아파트가 10층 이하인 네 가지 설(說)
여러 사람들의 이야기를 모아보니 정왕동 아파트가 10층으로 지어진 배경에는 기술적인 측면과 경제적인 측면, 트렌드적인 측면과 환경적인 측면 등 여러 갈래의 설들이 제기되었다.
○ 기술적인 설. 90년대 당시 건설사들이 갖고 있던 건설 공법으로는 지반이 약한 매립지에 고층을 짓는 게 어려웠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 경제적인 설.설령 가능했다 하더라도 암반까지 약 25미터 이상 파일을 박아야 하는 공법은 당시 비용이 어마어마하게 들 수밖에 없었을 것이며, 그렇게 고층을 올렸다 해도 공단 배후주거 지역의 아파트 분양이 그리 쉽지 않았을 것이라는 경제적인 측면도 거론되었다.
○ 트렌드 설. 당시 10층 높이의 아파트는 트렌드였다는 설도 거론되었다. 이를 주장하는 이유로는 서울이나 인근 도시에 당시 지어졌던 아파트 대부분이 10층이라는 것이다.
○ 환경적인 설. 89년에 수자원공사는 공업지역으로 계획된 정왕동 4.36㎢ 일대를 공단분양이 저조하자 주거지역으로 변경했다. 1정왕동은 94년 도시설계 방식(현, 지구단위계획)으로 건폐율(토지 대비 건물이 차지하는 비율)은 작게, 높이는 10층의 아파트단지의 공단 배후 주거지로 탄생했다.
정왕동이 이렇게 저밀도로 조성된 이유는 편서풍으로 인해 산업단지 매연이 쉽게 지나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 아니겠냐, 라는 시각이다. 그와 맞물려 또 다른 주장 하나는 차단녹지 기능에 맞춰 10층 높이로 건축되었다는 설이다. 공단과 주거지역 경계면에 산단으로부터 유입되는 매연을 막기 위해 차단녹지(현 곰솔누리숲)를 20미터 높이로 조성하기로 계획했다. 차단녹지가 매연을 막아 줄 수 있는 높이가 아파트 높이 10층 정도였다는 것이다. 2
아주아파트만 25층으로 지어진 이유
아주아파트는 이 모든 설에서 어떻게 비켜갔을까. 정말 그 필지만 암반이 있어서 고층으로 올릴 수 있었던 것일까. 시청 토목부서의 한 관계자도 그렇게 알고 있다, 라고 전했다. 그에 대한 근거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시청 관련부서의 한 담당자의 답변으로 아주아파트에 대한 답을 유추해 볼 수 있었다.
“도시설계계획(현, 지구단위계획) 지침에서는 필지에 따라 층수와 용적률을 정하고 건축이 되었지만, 94년도 당시엔 체계적으로 도시계획을 정한 게 아니라 단독주택용지, 공동주택용지 정도로 단순하게 필지 용도 구분만 대략 정해 놓은 상태에서 층수와 용적률은 주택사업 승인을 위해 허가를 받을 때 정했다. 이러한 도시계획지침에 따라 아주아파트가 건립이 되었고, 이후에 체계적인 도시계획지침이 만들어지면서 주변 아파트들에 대해 층고제한과 건폐율, 용적율 등이 적용이 되었다.” - 시청 도시정책과 담당
결국 아주아파트는 도시설계계획 지침이 체계화되기 이전, 건설사가 층고 제한 없이 주택사업 승인 단계에서 층수와 용적률을 정하고 시공을 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해당부지가 암반지역이라는 사실은 확인하지 못했다.
[추가수정=21.1.7] 다음카페 '정왕동사는이야기'의 전00 님의 피드백 "1989년 시화지구개발 기본계획에 산업단지 배후도시 조성하면서 60㎡이하(18평)는 105% 이내 60㎡~85㎡(25.7평)는 145%이내, 85㎡ 초과는 150%의 중층아파트로 층고제한이 아닌 용적률을 제한했다."에 대한 내용을 시청 관련부서에 확인한 결과, 사실 확인이 되어 내용을 추가했습니다.
앞으로 정왕동에 고층 아파트를 지을 수 있나
정왕동은 현재 중(中)층 주거환경으로 최대 용적률(건축물 총면적의 대지면적의 비율) 250% 이하의 제2종 일반주거지역이지만 제1종 일반주거지역 용적률 200% 이하 보다 낮은 150%의 용적률이 적용되고 있다. 2000년 중반 이후 죽율동 푸르지오 아파트의 경우엔 사업자가 지구단위계획을 제3종 일반주거지역(용적률 300% 이하)으로 제안했으나 경기도 심의 때 2종으로 심의를 받아 당시 230%의 용적률을 적용해 건설되었다. 3
반면, 배곧의 호반이나 한신 아파트의 경우 제3종 일반주거지역으로 설정되어 있으나 230%까지 지구단위계획 상 규제되어 있다. 배곧의 한라아파트가 40층인 이유는 특별회계구역이기 때문이다. 한라는 서울대를 조성하기 위한 기부채납 조건으로 개발이익금을 충분히 발생시키기 위해 용적률을 높여 건설을 했다.
같은 정왕권 안에서도 시화병원은 12층으로 세워졌고, 정왕동 이마트 앞에 행복주택은 20층 건물로 계획 중이다. 이는 지구단위계획은 필지별로 계획 당시 층고를 제안하고 국토부에 승인을 얻으면 가능하다, 라는 걸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앞으로 정왕동이 재개발을 하게 되면 30층, 40층도 가능할까. 현재 건설사 공법은 30년 전과 다르기 때문에 파일링 기술로 지내력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어 기술적인 측면에서는 가능하다. 다만, 제도적인 측면에 따라 탄력적일 수밖에 없다는 게 시청 담당자의 말이다.
그에 따르면, “재개발, 재건축 계획이 10년 단위지만, 2030년 계획에 정왕동은 빠져 있다.”고 말한다. 정왕동이 재개발을 하기 위해서는 노후 년도 30년과 안전진단을 통과해야 한다. 다만, 시는 “10년 단위 지구단위계획이지만 현재 2025년도에 재정비를 할 계획이고 그때 정왕동 재개발에 대한 진단이 담길 수도 있다.”고 한다.
만약 2030년 정도에 정왕동 아파트들이 재건축 판정이 된다면 집행시기가 대략 10년이 걸리는 걸 감안할 경우 정왕동의 고층아파트들은 2040년이나 되어야 구경을 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위 내용은 주변 지인들과 시청 관계부서로부터 얻은 답변으로 작성된 것이므로 보다 정확한 근거와 정보가 있으신 분들은 댓글이나 메일로 피드백해 주시면 기사를 수정 보완하겠습니다.]
시민저널 - 박수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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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로시민저널리즘 - 시흥미디어
- 96년에 국회 환경노동위 이미경 의원(민주당)이 환경부에 대한 국정감사를 통해 밝혀졌다. 수자원공사는 이로 인해 평당 40만 4천 원의 분양가를 평당 70만 원, 상업용지는 평당 230만 원에 각각 주거용지로 분양해 2,918억 원의 추가 이익을 올렸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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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차단녹지 높이는 당초 계획은 20미터였으나 10미터로 조성되었고 폭도 200미터에서 175미터로 축소되었다.
- 일반주거지역은 주거지역 중 시민이 일상생활을 하는 주택이 주로 밀집해 있는 지역으로 편리한 주거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지정되는 지역이다. 개정도시계획법이 시행된 2000년 7월 1일 이전에는 단순히 일반주거지역으로 통칭하였으나 이후에는 제1~3종으로 세분해 지정하도록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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