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마이크로시민저널

시흥시도 '개고기 없는 도시' 선언해야 해요

행사 단체 사진을 찍는 순서가 되자 사람들이 하나 둘 씩 행사장을 빠져 나갔다. “질문을 하려고 왔더니 시간도 안주고 무슨 토론회가 이런 식인가.” 복도에 나오자 누군가의 목소리가 발목을 잡았다. 지난 24일, 시흥비지니스센터에서 열린 지방의회 출범 제27주년 시흥시의회발전방향 토론회 자리였다. 


시민토론회 성격이었지만, 시민들은 거의 오지 않은 행사였다. 그런 상황에서 나온 시민의 목소리였기에 그가 반가웠다. 어디서 온 누구인지 묻자, 시흥시장애인체육회 이사라고 답했다. 명함을 부탁했다. 건네받은 명함은 정왕동에 위치한 고려대프리모영어학원의 서혜전 원장이었다. 그를 다시 만난 건 그로부터 5일 뒤, 29일 오후 3시가 조금 못돼서였다. 그가 운영하고 있는 영어학원 옆에 위치한 ‘정왕영어작은도서관’에서였다. 


먼저, 토론회에서 무엇을 얘기하고 싶었는지 물었다. 서 원장은 “시흥시에서 벌어지고 있는 무분별한 도살행위나 개농장 등에 대해 정치인들이 어느정도 파악하고 있는지, 동물보호가 아닌 동물복지에 대한 의지가 있는지 묻고 싶었어요.”라며 “인근 부천에서 ‘개고기 없는 도시’를 선언하기도 했잖아요. 시흥시도 ‘개고기 없는 도시’를 선언해야 해요. 이제 동물복지를 실천해야 합니다.”라고 답했다. 


실제 작년 7월에 김만수 부천시장은 자신의 SNS에 ‘개고기 없는 도시’ 선언 여부를 공론화하면서 식용 개고기 논란에 불을 지피기도 했다.


서혜전 원장이 29일 오후 3시 경 정왕영어작은도서관에서 인터뷰를 하고있다.@SMD


서 원장은 현직 시의원이 개고기집을 운영하고 있는 것도 비판받아야 한다며 말을 이었다. “자각있고 공부하는 시의원들이 많이 없다는 말에 실감하고 있어요. 토론회에서 여러 정책들에 대해 실랄하게 비판도 하고 이번에 개정된 동물보호법에 대해서도 얼마나 알고 있는가를 직접 물어보려고 했어요. 현직 시의원 중에 개고기집을 운영하고 있는 분도 있는 것으로 압니다.” 


직업상 외국인들과 일을 함께 하는 서 원장은 외국인들이 갖고 있는 동물에 대한 인식이 한국과는 많이 다르다고 말한다. “그들과 함께 유기견을 데려다가 키우거나 도축장까지 팔려간 개들까지 다시 돈주고 구조해 오기도 해요. 주변에 외국인 선생님이나 저도 유기견들 3마리 이상씩 키우고 있고 지금까지 동물들 구조하는 일을 하고 있어요. 최근에도 새끼 5마리를 낳은 유기견을 구조해서 2마리는 미국 보내고 3마리는 한국에 입양시켰거든요.”  


"시흥시 관내 123번 버스에 '개고기 없는 도시' 광고도 실린적이 있다"


인터뷰 도중 서 원장은 SNS를 보여주며 전국적으로 동물보호 활동에 힘쓰고 있는 사람을 소개했다. 김포에 살고 있는 나미킴 씨다. 서 원장도 나미킴 씨를 통해 믹스견들을 해외에 입양 보내기도 했다고 전했다. 나미킴 씨는 최근에 자비를 들여서 시흥시 관내 123번 버스 2대에 동물보호에 관한 홍보를 한 적도 있다고 말한다.


나미킴 씨가 홍보했다는 관내 123번 버스 광고@SMD


개고기를 소나 돼지처럼 축산물과 달리 봐야 하는지 질문을 하자 서 원장은 답을 조금 우회했다. “정당하게 돈을 내고 음식으로 보는 사람들에게 개고기를 먹는 것은 안되고 나쁜 사람이다,라고 말하는 것은 문제가 있죠. 그러나 개고기가 불법으로 도살돼서 만든 것이고 제조과정도 비위생적인데 이게 과연 합법적이냐,라는 것입니다.”


이어서 식품법위생법에 포함되지 않은 법적 근거를 들어 개고기 음식문화에 대한 문제점도 거론했다. “개고기는 식품위생법에 포함되어 있지 않거든요. 우리가 먹는 음식이 정당한지를 검증받아야 할 필요가 있어요. 개는 이 시스템에 빠져 있기 때문에 음식으로서 안전한지를 아무도 알 수 없습니다.” (식품위생법 제44조에 의해 축산물위생관리법 제12조에 따른 검사를 받지 않은 축산물은 운반, 보관, 진열, 판매하거나 식품의 제조 가공에 영업자가 사용해서는 안 된다,라는 조항)  


서 원장은 과거 김홍신 전 국회의원이 개고기합법화 법안을 발의했지만 통과되지 않은 점을 들며 “20년이 지난 지금, 동물보호에 관한 인식이 변화된 이 시점에 과연 개고기합법화 법안이 발의가 돼서 통과될 수 있을까요?”라고 반문했다. 


1999년 6월 프랑스 배우 브리지트 바르도는 “개고기 먹는 한국인은 야만인이다”라는 내용의 공개편지를 보내 논란이 일었던 적이 있다. 이때 김홍신 전 국회의원은 같은 해 8월 17일 개고기합법화 법안인 ‘축산물가공처리법’을 개정하는 법률안을 국회에 제출했지만 법안은 심의되지 못하다가 2000년 4월 15대 국회가 종료되면서 자동폐기됐다. 지금까지 개고기 합법화 논란은 진행형이다. 


"시흥시 유기견 관리 행정, 흉내만 내는 정도"


“시흥시에 제대로 된 유기견 보호소가 없어요. 시가 직영하는 곳은 없고 위탁을 주고 있는 실정이며, 유기견에 대한 행정 대응은 흉내를 내는 정도라고 봐요. 사실은 대부분 안산으로 보내지거든요.” 서 원장이 말하고 있는 시흥시 유기견 시스템 상황을 알아보니, 행정 주무기관은 시흥시농업기술센터가 맡고 있었고, 안산에 있는 한국야생동물보호협회가 그 업무를 위탁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서헤전 원장이 앞으로 동물복지에 관련한 활동을 적극적으로 해 나가겠다고 밝히고 있다.@SMD


동물관련단체에 가입되어 연대활동을 하고 있는지 물었다. “단체에 가입되어 있지는 않아요. 개인적으로 활동하고 있어요. 그동안 개인적으로 열심히 활동해 왔는데, 그것만이 다는 아니라는 생각을 요즘 하게 되었어요. 그래서 앞으로 ‘개고기 없는 시흥시’를 위해 SNS활동을 진행할 예정이고요. 1차적으로 서명운동을 받는 운동을 전개해 나가려고 합니다.” 


서혜전 원장은 2000년도에 안산에서 정왕동으로 이사를 했다. 약사인 남편이 정왕동에서 약국을 개업하는 바람에 그때부터 시흥시민이 되었다. 당시 아이들 보낼 학원이 마땅치 않아 찾다가 원더랜드 영어유치원을 알게 되었고, 마침 영어강사였던 서 원장이 원더랜드 영어학원과 동업-인수 과정을 거치면서 지금의 EiE 고려대학교프리모학원을 경영하게 되었다고 말한다. 


서혜전 원장은 현재 봉사활동으로 시흥시장애인체육회 이사를 맡고 있다. 정왕복지회관 노인복지대학에서도 8년 간 영어를 가르치는 봉사활동도 했다. 앞으로 삶에 대해서는 치열한 삶보다 공동체를 위한 의미 있는 활동을 해 나가보고 싶다고 심정을 밝혔다.


취재: 김용봉


Copyleft@ 본 콘텐츠는 알권리 충족과 정보공유를 위해 개방된 글입니다

편집은 허용하지 않으며 출처를 밝힌 공유는 가능합니다. 

반론이나 정정, 보충취재를 원하시면 메일로 의견주세요. 

srd20@daum.net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