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시 행정부가 주도하고 있는 주민참여예산제나 주민자치위원회 혹은 각종 추진위원회 등의 시민참여 방식에 대해 과연 시민이 이 행위에 주체적 역할을 담당할 수 있는가,라는 직접민주주의에 대한 본질적인 질문이 던져졌다.
[사진]=시흥시의회 노용수 의원(자유한국당)
24일 오후 4시, 시흥비지니스센터에서 열린 지방의회 출범 제27주년 시흥시의회발전방향 토론회(시흥시의회 주최, 중부일보 주관)에 참석한 노용수 의원은 발제를 통해 주민참여의 실효성, 대의민주주의와 직접민주주의에 대한 충돌, 의회가 새롭게 가야할 할 방향 등에 대해 20여 분 가량 의견을 개진했다.
노 의원은 “생업이 우선인 시민들이 다른 업무에 집중하기 어렵다”며 “그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의민주제가 생겼다”고 운을 뗀 뒤 “시민은 행정의 요체인 법률 등의 이해와 예산운영, 전문성 등의 한계가 있고, 시민은 국민, 지방정부와 시민 전체를 놓고 판단하는 것에 한계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집단 이익 표출의사와 정책 결정을 위한 의사는 구분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 의원은 현재 시행정부가 집권을 위한 전술의 일환으로 시민들에게 권력을 개방하고 정책을 펴는 것, 대표적인 예로 주민참여예산제도를 들며 “이러한 시민 권력 개방제도는 의회를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대의민주주의와 충돌을 일으킨다. 주민참여는 대의민주제를 보완하는 방식으로 다양화시켜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문제들에 대해 노 의원은 시의회가 향후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몇 가지를 제안했다. 첫째, 의회는 행사중심이 아닌 이슈 중심으로 시민과 만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 의원은 청계천 복원공사가 6만여 상인들과 4,200여 가량 회의를 한 사례를 들며, 행사를 갔을 때는 인사를 하고 떠나지만 이슈로 만났을 때는 의회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포지션이 생긴다고 보았다.
둘째는 어느 동에나 똑같이 가수 불러서 행사하는 특색없는 동네축제를 예로 들며 "균등주의, 보여주기 등의 행정을 줄여야 한다.”고 지적했. 그러면서 "시 행정부의 업무는 4천여 가지, 시장은 그 업무 챙기느라 분주하고 공무원은 그 실무를 챙기느라 정신 없기 때문에 지방의회가 현장방문과 지역의 토론회 등을 통해 정책 검증을 하고 예산 사업의 옥석을 가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셋째는 주민참여예산, 원탁회의 등 시민들의 참여나 언로는 시 집행부가 아닌 시의회가 주도적으로 하는 것이 맞다는 시각이다. 시민들의 의견이 시행정부가 아닌 지방의회로 모이는 것이 바람직하고 시의회는 주민참여 욕구가 의회를 통해서 이루어지고 실현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 노 의원의 생각이었다.
[사진]=한국지방 행정연구원 고경훈 박사
한편, 이날 토론회에서 발제를 맡은 한국지방 행정연구원 고경훈 박사는 지방분권의 가장 큰 핵심은 자치입법권의 확대며 자치입법권의 가장 대표적인 것이 조례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독소조항과 같은 부분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법령의 범위 안에서(헌법 제117조)’라는 규정이었다. 이는 삽 한 자루 들고 집을 지으라는 것과 같으며 ‘법률 위임이 필요’ (지방자치법 제22조)한 조례는 입법의 권한을 더 옥죄는 조항이라고 지적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법령의 범위 안에서’ 조례를 제정할 수 있는 포지티브 시스템을 ‘법률에 위반되지 않는 범위 안에서’의 네거티브 시스템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법률에서 금지하고 있는 것 외는 지역사회에서 필요한 사업이나 조례를 행사할 수 있도록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음은 발제가 끝난 후 이어진 토론의 요약이다.
■ 시흥시의회 이복희 의원
“법 개정이 되지 않으면 지방분권은 이루어지지 않는다. 대한민국의 택지개발은 중앙정부가 지정하고 승인하며 정작 주인인 지방정부는 협의기구에 불과하다.”
“20년이 넘은 주민자치위원회가 행정이 빠졌을 때 제대로 돌아갈 수 있는가. 주민자치위원들의 연속성을 담보하기 어렵다. 생업을 뒤로 하고 주민자치위원회에 전념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이러한 부분을 뒷받침하기 위한 시스템이 강구되어야 한다. 급여를 주자는 게 아니다. 다만 안전장치, 지속성을 담보할 수 있는 장치를 연구해야 한다.”
■ 사이버한국외국어대 최창수 교수
“분권이란 권한과 권력을 나눈는 것이다. 지방분권 현재 정치권 분위기로는 자유한국당뿐만 아니라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들도 원치 않는 경우가 많다.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분권의 이슈가 한 목소리로 집중되어야 한다. 공론화 과정을 통해 대다수의 국민으로부터 지지를 받아야 어쩔 수 없이 중앙에서 움직인다.”
“시민 60% 이상이 지방의회가 필요없다는 무용론을 주장한다. 이를 극복하려면 첫째, 지방의원들의 일하는 스타일을 바꿔야 한다. 노용수 의원의 주장처럼 이슈 중심으로 만나려면 주민을 스스로 조직해야 한다. 시간도 적고 급여도 적지만 그래도 해야 한다. 둘째, 공부해야 한다. 대부분의 의원들이 준비 없이 들어온다. 의회 직원들도 있고 도와주는 전문인들도 있기 때문에 의지만 있으면 된다? 모르면 절대 공무원 당할 수 없다.”
“국가 제정 중에 국세 80% 지방세 20%이다. 쓰는 건 지방이 43~44%, 국가가 42%가량 이다. 교육비까지 합치면 지방이 60%까지 쓴다. 문제는 중앙이 걷어서 나눠주니 중앙에 잘 보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 시의회 홍헌영 의원
“주민자치의 주체가 누구인지 생각해 봐야 할 때가 되었다. 현재 단체가 주체인 것처럼 생각되어지고 있다. 자치의 주체는 주민이어야 하고 기본권이 연동되어야 한다. 주민의 자치권에 직접적으로 연관되는 사안에 대해 자치사무에 대한 권위를 헌법에 명시해야 한다. 이는 중앙정부에서 자치권을 제한하는 종류의 행정명령을 제정할 때 그것이 위헌으로 주민들의 자치권에 대한 침해를 방지할 수 있다.”
이에 대해 최창수 교수는 “헌법에 여러가지 사항이 들어가면 중요한 근거는 되지만, 충분조건은 되지 않는다”고 반론을 하기도 했다.
이어서 홍 의원은 “주민자치회는 협동조합이 아니다. 주민자치의 첫 번째 목적이 경제적 자립이 되면 안된다. 행정의 지원 없이 경제적으로 자립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자신의 마을 문제를 심의하고 결정하는 역할이 우선이다. 주민자치가 주민참여예산과 연계해서 실현이 된다면 보다 더 활성화가 될 것이다.”고 말했다.
■ 시의회 노용수 의원
“지방자치와 분권은 다르다. 자치는 선거를 통해 시장과 의회의원들을 뽑아 자치행정부를 운영하고 있는 행위를 말한다. 자치는 이미 이루어지고 있다. 분권은 권한이 있나, 없나를 따지는 일이라고 본다.”
“현재 8:2인 국세비율을 5:5든 지방으로 예산권을 내려주는 것. 공무원 증원에 대한 인사권, 조례제정권을 넓게 혹은 보다 자유롭게 할 수 있는 권리를 주는 것, 이런 것이 분권이다. 실질적 분권의 힘은 중앙정부가 갖고 있다. 이러한 개념을 알고 지방자치분권에 대한 논의의 시작이 되었으면 한다.”
이에 대해 최창수 교수는 “지방에 세입을 확보할 수 있는 조세제정권 조례를 만들어 놔도 자원이 없거나 인구가 없는 지역은 세입이 없어 5:5의 세입 비율이 오히려 지방들 간의 세입 불평등으로 심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곧 지방분권의 반대론에 힘이 쏠릴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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