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시흥시 시의회 공무원 인사에 대한 논란을 몇몇 일간지와 지역언론사가 다루었다. 이들 언론사의 기사 방향과 보도형태는 어떠했는지 살펴본다.
8월 19일자 지역일간지 00일보는 “민주당 시흥(갑ㆍ을)지역위원회가 시흥시의 공무원 인사에 개입한 사실이 드러나 말썽”이라고 보도했다. 그러나 보도내용에는 드러난 사실을 기록하지 못했다. 다만, 자유한국당 측 성명서 내용만 인용했을 뿐이었다.
00일보 외 몇몇 언론사는 자유한국당 성명서 내용을 토대로 제목과 기사를 작성했다. 한국당 측의 주장만 인용해 실었을 뿐 그 사실이 맞는지 확인하는 절차나 과정은 찾을 수 없었다.
지역의 한 언론은 논점을 이해하기 어려웠다. 제목과 기사 내용이 맞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기사가 김태경 의장의 당 개입에 대한 비판보도인지, 의장의 단독 인사에 대한 지적인지, 아니면 물의를 일으켰던 공무원의 인사가 잘못되었다고 말하고 싶었던 것인지, 쉽게 이해가 되지 않았다. 이 세 가지 내용을 모두 다루려고 했다면 기사 작성을 구분해서 정리할 필요가 있었다. 제목이나 리드는 심각했지만 마무리는 평이했다. 소위 ‘카더라’ 외에 신뢰할 만한 취재원이나 문제 발단에 대한 사실이 나타나 있지 않고 반론 취재를 위한 과정도 없었다.
캐나다 출신의 언론인 크레이그 실버맨(Craig Siverman)은 그의 연구 [거짓말, 새빨간 거짓말, 그리고 삽시간에 퍼지는 소문: 인터넷 상의 소문과 증거가 충분하지 않은 주장, 잘못된 정보가 어떻게 언론을 통해 퍼지고 걸러지는가(Lies, Damn Lies, and Viral Content: How News Websites Spread (and Debunk) Online Rumors, Unverified Claims, and Misinformation)]를 통해 잘못된 정보나 뜬소문이 어떻게 기사로 둔갑하는지 연구한 적이 있다.
그의 논문에서 주장하는 몇 가지 제언 중 두 가지 사항으로 해당 기사를 정리해 본다. 첫째, 실버맨은 ‘언론 스스로 문제에 휘말리지 말라’(Don’t be part of the problem)고 강조했다. 언론이 오보를 보도하면서 스스로 오류의 재생산 창구로 전락하는 것을 경계했다. 해당 뉴스가 만약, 어느 기자가 혹은 어느 시의원이 말한 소문이었으면 어떠했을까? 그것이 정당 성명서로 만들어졌고, 다시 언론보도가 되었다고 가정하면 해당 언론사들은 얼마나 긴 시간 고개를 떨구고 다녀야 할까.
둘째, 너무도 당연한 얘기지만 정확한 출처를 분간하는 작업(Find the right sources)에 시간을 들이라는 것이다. 거짓정보를 퍼나르는데 열정적인 사람들은 그 사실을 실제로 믿는 경우도 있지만 자신이 속한 집단이 해당 정보에 호도되어 있거나 유리한 경우다. 기자가 한 쪽의 이슈를 일방적으로 다루는 건 의도치 않더라도 두 번째 입장에 위치하고 있다고 스스로 드러내는 것일 수도 있다.
자유한국당 성명서의 요지는 두 가지로 본다. 첫째 시의회 공무원의 인사를 임병택 시장이 아닌 김태경 의장이 했다는 것, 둘째 시의회 공무원 인사에 민주당이 개입했다는 것. 언론은 이 두 가지에 대해 취재를 하면 된다. 하지만 김태경 의장의 발언에 대해 사실확인한 언론사는 아무도 없었다. 하물며 그 말을 들었다는 의원이나 기자도 있었다고 하지만 그 취재원 하나도 인용하지 못했다. 그런데 기사는 나왔다. 단순하거나 복잡하게, 아니면 완성하지 못한 채로...
21일 오후 1시 15분, '미디어스캐닝' 마무리 중에 김태경 의장과 연락이 닿았다. 당의 인사 개입 건에 대해 물었다. 김 의장은 "그런 말 한 적 없다. 자유한국당 쪽에 직접 전달할 기회가 없었는데, 당의 개입이 있었다고 말을 만들어서 그런 거는 잘못되었다. 다만 여러 곳에서 의회 공무원 인사를 왜 혼자 결정했냐고 질문하길래 그런 일을 나 혼자 했겠냐, 여기저기서 나도 추천을 받고 최종적으로 결정은 내가 한 것이다, 라는 뜻이지 당에서 인사추천을 받았다는 얘기는 아니다"라고 밝혔다.
그렇다면 발단은 소문이 아니라 누군가의 선택적지각의 오류(The error of selective perception)였단 말인가.
[관련기사]
[알기사] 시의회 공무원 인사발령에 영향을 미친 보이지 않는 손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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