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혹한 살인으로 온 집안에 사체가 널려 있는 어느 가택, 경찰들이 시신을 넘어 다니며 범인의 흔적을 찾느라 분주하다. 그때 무전기를 통해 상사 경찰에게 호출이 전해진다. 지하실에 모여든 경찰들의 눈에 들어온 건 상반신을 드러낸 채 땅 속에 묻혀있는 젊은 여인의 사체였다.
상처 하나 없이 깨끗한 채로 땅 위에 편안히 누워있는 여인. "이 여자는 누구야?"라고 묻는 한 경찰의 물음에 다른 경찰이 대답한다. 제인도(Jane Doe)라고... 제인도는 신원미상의 여성을 칭하는 이름이다. 오텁시(autopsy)는 부검이란 용어. 이 영화의 제목은 더 오텁시 오브 제인도(The Autopsy of Jane Doe, 2016), 즉 '신원미상 여성사체의 부검'이다.
단지, 여성이라는 단서 하나만 주고 자신의 신원을 밝혀보라고 게임하듯 침묵하고 있는 제인도는 3대째 부검을 전문으로 하고 있는 토미와 오스틴 부자에게 전달된다. 영화의 본론 진입이다. 토미 씨의 집 지하실의 부검실은 여느집 지하실보다는 넓고, 간단한 화장시설을 겸비했다. 영화가 관객을 가두고 공포감을 조성하기엔 충분한 공간이다.
영화의 줄거리와 서사는 다소 당황스럽지만, 장면의 엮음이 서사를 음미하도록 허락하지 않는다. 사체를 부검하는 동안 옅은 블루 그레이톤의 무표정한 제인도의 얼굴은 보는 이들에게 끊임없이 상상 하게 만든다. 부검 신을 사실적으로 묘사한 부분이 많아 비위가 약한 사람들은 끝까지 소화하기 어렵다. 하지만 보기 시작했다면, 기차는 출발한 셈이다. 영화가 멈출 때까지는 내릴 수 없다.
수미상관. 영화가 끝나고 나서야 영화의 시작 장면이 이해가 된다. 안드레외브레달 감독을 찾아 보게 만들고 기억하게 만드는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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