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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로시민저널

33개월 앞당긴 약속 어디로 갔나

“우리 가정은 지금 공황상태예요. 이게..이..게 뭔지 지금 황당한 겁니다. 이건 제 거취 문제고, 우리가정의 경제문제예요. 둘 중의 한 사람은 지금 누군가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 모양새가 돼버렸잖아요. 사실을 얘기해 주면 되는 거예요, 저한테...”- 인터뷰영상 도입부 


[영상=박태진 전 시흥시 국장 인터뷰]



무슨 일이 있었나 


지난 해 5월 초였다. 나는 김윤식 시장의 호출을 받고 시장실로 갔다. 김 시장은 공무원 조직의 선순환 구조와 인사적체, 십년 이상 국장직을 수행하는 간부 공무원들의 조기 퇴직 건에 대해 언급하며 내게 명예퇴직을 제안했다. 나는 그에 대한 보상으로 시설관리공단 이사장직으로 가게 해주는 것이냐고 물었고, 시장은 신뢰의 문제인 만큼 약속을 지키겠다고 다짐했다. 사람들의 이목이 있으니 퇴직해서 좀 쉬다가 가는 것이 좋겠다고도 했다. 가족들과 상의해서 가급적 빨리 답을 달라는 시장의 부탁을 듣고 그날 저녁 우리가족은 회의를 했다. 가족들은 불안해 했고 나는 가족들을 거의 설득하다시피 하며 명퇴를 수용하기로 결정했다.


다음날, 시장실을 찾아가 명예퇴직을 하겠다고 김 시장에게 전했다. 김 시장은 가족들이 뭐라 하더냐고 물었다. 나는 이번 선거에서 "시장님께서 떨어지면 어떻게 하냐"고 가족들이 걱정한다는 말을 전했다. 김 시장은 압도적으로 이기는 여론조사 결과도 있고, 떨어진다 해도 상대방 당선자에게 부탁해서 약속은 꼭 지키겠다고 재차 확인했다. 시장실에서 독대로 이야기를 나눈 자리인 만큼 녹취를 할 수 있는 형편은 아니었다. 게다가 아랫사람 입장에서 확인서나 각서를 써 달라고 요청할 수도 없었다. 


퇴임하고 난 후 거취에 대한 별다른 연락이 없었나 


2014. 10. 24  평생학습축제 음악회를 마치고 행사장에서 우연히 김 시장을 만났다. "5개월 남았지요. 힘이 들더라도 조금만 참고 지내세요"라면서 좋은 일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11월에는 비서실장에게 전화가 와서 내가 그 자리 가는 것 맞으니까 이런 저런 소문이 나지 않도록 조용히 있으라고 조언하는 전화가 왔다. 


2015. 1. 17 아내와 소래산에 오르다가 김 시장을 만났다. 김 시장은 내게 신천권의 대동제(大洞制, 기존 동을 합쳐서 큰 동을 만드는 일) 얘기를 하면서 3월에 대규모 인사가 있는데, 자문을 구해야 할 일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언제든지 전화 달라고 대답했다. 


2015. 1. 19 시청 행정과장에게서 전화가 왔다. 나의 거취와 관련한 김 시장의 말을 전달하겠다고 했다. 시장이 말하기를 "박 전 국장에게 아무 약속한 것이 없으니, 상공회의소 가는 쪽으로 의사타진을 해 보라"고 했다는 것이다. 그 과장에게 ‘당신이 무슨 모사를 꾸미는 느낌’이라고 말하고 당사자 사이에 풀어야 할 문제인 만큼 시장과 약속을 잡아달라고 부탁했다. 그때부터 시장을 만나려고 여러 차례 노력했으나 시간을 잡아 주지 않았다. 다른 퇴임 예정자 A국장은 스스로 자신이 관리공단 이시장직으로 내정돼 있다고 그렇게 얘기하고 다녔다.(A국장은 지난 해 5월, 김 시장에게 관리공단 이사장직을 약속받은 사실을 알려 주었기에 이 사실을 알고 있는 동료였다.) 기자회견을 하겠다고 신청을 해 두면 이 소식을 들은 김 시장이 기별을 줄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어 시민관 사용 신청을 하고 돌아왔다. 그날도 아무런 연락이 없었다. 


2015. 1. 21, 22. 두 차례 방문 21일 김 시장을 만나기 위해 시청에 갔으나 만날 수 없었다. 22일 다시 시청으로 향했다. 비서실에 들어가지 않고 차 안에서 출근하는 김 시장을 기다렸다. 김 시장이 출근하는 것을 보고 뒤따라 들어갔다. 비서들이 나의 면담 요청을 알리러 시장 방에 들어갔다가 얼굴들이 벌개져서 나왔다. 마침 시장실로 들어가는 부시장에게, "시장님께 5분만 시간을 내 달라고 전해주십시오" 라고 부탁했다. 부시장이 들어간 사이 시장실 방문이 열려있었고, 틈새로 김 시장과 눈이 마주쳤다. 내친 김에 나는 시장실 방문을 넘어섰다. 김 시장이 역정을 내기 시작했다. ‘고위공무원까지 하신 분이 이게 무슨 경우냐’, ‘기자회견 하려면 해라’, ‘기본이 안 되어있다’는 등의 말을 들었다. 그리고 나에게 ‘약속한 것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지금 김 시장과 나, 둘 중의 하나는 거짓말을 하고 있다. 

영상 캡쳐 화면

박 전 국장에 따르면, 상공회의소는 현재 예산이나 자리가 배정되어 있지 않은 자리이며, 갈 사람이 정해지면 그때 자리를 만들고 추경에 예산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정해져 있지 않은 불확실한 상공회의소 자리 또한 믿지 못할 수밖에 없는 자리라고 했다. 지금은 어느 자리에도 관심이 없고 마음을 비운 상태라며, 이렇게 진실 공방을 하고 난 후에 근무를 할 수 있겠냐고 되물었다. 인터뷰를 결심한 건 답답함을 호소하고 싶었다며, 오로지 바라는 건 자신에게 사실을 말해달라는 것뿐이라고 말했다. 


기사 경위 

이 기사는 ‘진상이 제대로 알려지기를 원하는’ 박태진 前 시흥시 안전행정국장의 인터뷰 영상을 정리한 것이다. 이 내용을 기사로 올리기 전에 망설였다. 그 이유는 첫째, 잘못된 관행을 깔고 있기 때문이다. 시설관리공단 이사장이라는 자리가 시청의 국장급 공무원이 퇴직 후에 차지해 온 자리다. 이런 관행부터 문제이기에 이 기사를 작성함에 있어 옳은지 판단을 해야 했다. 둘째로 이 문제는 두 사람 사이에 누가 거짓말을 하는지에 대한 문제다. 이 내용을 기사로 다루는 것이 공공의 이익과 관련이 있는지 생각해야 했다. 그럼에도 기사로 만든 이유는 첫째, 진실게임의 두 당사자가 시흥시의 저명한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두 번째로는 이 문제가 소문으로 이어지며 진실에서 멀어져가는 측면이 있고 이 일을 보도한 언론 역시 변죽만 울린 측면이 있다. 


우리는 이 기사에 대한 반론권을 보장하면서 혹시라도 힘의 권력 구조 때문에 피해를 입는 사람이 없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약자를 우선하여 인터뷰를 했다. 김윤식 시장과 박태진 전 국장. 둘 중의 한 사람은 거짓말을 하고 있다. 이 경우 명예를 중요하게 여길 수밖에 없는 위치의 두 사람 중 한 사람은 큰 상처를 입는다. 현재의 권력과 떠난 권력 사이에 주장이 서로 달라 분쟁이 발생한 경우 진실이 어느 쪽인지와 무관하게 대개 상처는 물러난 사람이 입는다. 현 권력은 건재한 반면 물러난 권력에게는 치명적 부상을 입히고 사람들의 기억에서 멀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박 전 국장은 예고했던 기자회견을 취소했다.(편집자) 


글 수정:2015. 1. 30 오전 00:34


취재·영상 편집: 시흥미디어 김용봉, 글 정리: 주영경 엔타임즈 주필


채널- 메일 srd20@daum.net, 트위터, 페이스북: Rdo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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