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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로시민저널

‘뚝딱’하고 모습 드러낸 생태하천, 이건 말도 안돼


‘뚝딱’하고 모습 드러낸 생태하천, 이건 말도 안돼

"수자원 공화국 시흥시 정왕동, 5년 후에 돌아온 건 시멘트 인공수로 뿐", "이건 주민을 모욕하는 것이다"

 

몇 해를 미적거리며 공사를 미루었던 시흥시 정왕동 인공수로가 포크레인과 인부들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뚝딱'하고 시민들에게 어이 없는 자연생태하천의 모습을 드러냈다.

 

그곳은 정왕동 주민들이 오래토록 역겨운 냄새가 나도 묵묵히 참아가며 지켜보던 곳이다. 그 이유는 조금만 참으면 그곳은 여러 생물들이 서식하는 생태하천으로 바뀔 것이었고, 아이들과 곤충을 잡아가며 산책을 즐길 수 있는 마을의 자랑거리가 될 것이었기 때문이다.


 

▲2간선수로(군자교) 시공 모습촬영: 김용봉


갑자기 모습을 드러낸 생태하천은 마치 화장이라도 한 듯 허옇게 시멘트로 모습을 드러냈지만, 시민 누구도 이것이 메이크업(makeup)의 끝이란 생각은 하지 않았다. ‘설마? 이게 끝은 아니겠지? 뭔가 다른 게 있을 거야. 좀 더 지켜보자고, 분명 자연 생태하천인데...,’ 그러나 그 기대감과 희망은 지난 6월 5일 도시환경연구소( 소장 안만홍)가 주관한 제2회 시흥도시환경포럼에서 산산이 부서졌다.


약 50여명이 모인 정왕2동 주민자체센터 3층 회의실에서 시화 인공수로 자연형하천 조성공사 시행측 (주)한양 서용원 차장은 현재 진행된 사업 공정률이 95%라고 말했기 때문이다. 이 말을 들은 시민들은 “지금 이 모습이 95%라니 너무 기가 막힌 얘기다”, “이건 주민을 모욕하는 것이다. 있을 수가 없다.”라며 입을 다물지 못했다.


시흥도시환경포럼 주요영상. 촬영,편집 : 김용봉


 <아래는 포럼에서 있었던 이야기를 요약정리한 것임>

홍원상 전 시의원은 “차집관거의 오접된 부분을 보수하지 않고는 하천의 구실을 전혀 할 수가 없다. 현재 우수관에서 비가 오지 않아도 오수가 흘러나오고 있다”고 말하며, 하수관의 정비가 개선되지 않고 생태하천을 조성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수자원공사(이하 수공)가 생태하천을 조성하면서 시민들에게 설명회를 한 번도 거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하천을 이렇게 만든 시화지속가능발전협의회(이하 지발협)은 정왕주민들에게 와서 엎드려 사죄해야 한다. 산업기술대학교(산기대) 앞에서 수공을 상대로 머리 깎고 시위하던 사람들이 이제 지발협에 들어가 지역을 엉망으로 만들었다”고 분개했다.

 

정왕동 하천살리기 시민운동본부 김희성 상임대표는 “시흥시 정왕동은 ‘수자원공화국’이다. 어느 시민단체나 시가 나서도 꿈쩍도 안하는 곳이다”라며 “시흥시는 생태하천사업을 수공에게 전적으로 미루지 말고 전문기관을 통해 중간점검을 철저히 하고 시민들에게 알려 달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하천 정비는 시민들이 생활하수를 먼저 잘 구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시민의식을 강조했다.

 

환경교육연구지원센터 문종오 사무처장은 “딱 보니까, 2~30년 후에 이 하천은 다시 만들 것 같다. 깜짝 놀란 게 저 흘러내린 물을 다시 기초 정화를 해서 아이들 물놀이용으로 사용한다니 기절초풍할 일이다”며 “지금으로서는 가장 좋은 방법은 저 하천을 시가 받지 않는 것이다. 받는 순간 관리비용은 시민의 세금으로 충당해야 한다. 충분한 시험을 거친 후 받을지 말지를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왕2동 마을만들기 환경분과 박균선 분과장은 “95%라는 소리 듣고 깜짝 놀랐다. 특히 예쁜 징검다리를 상상했는데 큰 암석덩어리를 깨서 박아 놓은 듯한 돌을 보며 이건 아닌데”라고 생각했다며 “현재 자전거 도로를 만들어 놓았으나 그 길로 자전거는 못 다닌다. 산책길도 아니다. 처음부터 시행을 안 하니만 못하게 되었지 않았느냐”고 어이없어 했다.

 

한편 정왕 주민 한기석 씨는 “잘못된 것을 빨리 시정할 수 있는 방법이 뭔지 찾자”고 말했고, 정왕 주민 김경자 씨는 “이렇게 될 때까지 다들 무엇을 했는가? 공사의 주체인 수자원공사는 북한이나 외국에 있는 공사인가요?”라고 질문을 하며 “앞으로 잘하겠다고 말한 조정식 국회의원은 왜 보이지 않느냐, 책임을 져야 할 사람은 이 자리에 아무도 없다”고 포럼에 참석하지 않은 수공과 조정식 국회의원에게 항의를 하기도 했다.

 

시흥시청 박현수 과장은 “시의 입장도 그렇게 호락호락하게 인수할 생각은 없다. 지금 수량과 수질을 최고 주안점으로 두고 전체적으로 점검할 예정이다. 현장을 보면서 우리도 팔팔 뛰면서 ‘이게 뭐냐, 대단히 실망스럽다. 이런 식이면 준공이 어렵다’고 강력히 의사를 전달했다”고 밝혔다.


하천점검 주민대표단 구성은 이 날 포럼을 주관한 안만홍 도시환경연구소장의 제안에 따라 정왕동 하천살리기 시민운동본부 김희성 상임대표를 비롯해 10명 내외로 점검단을 구성하고 이후 시흥시와 일정을 협의, 현장지도를 점검하기로 결정하였다. 시흥시가 주민과 공동으로 하천살리기 활동을 전개하기로 함에 따라 주민설명회와 토론회 등 주민참여시스템을 구축할 것으로 기대되는 등 향후 하천공사의 개선방향이 제시될 것으로 보여 이후 활동에 대해 귀추가 주목된다. 

 

▲2007년 협의 당시 정왕동 생태하천의 사행형(굽이굽이) 구상도

 

시흥시 정왕동 생태하천은 2007년 6월 15일 지발협 수질분과 회의에서 200억의 예산으로 시흥시 정왕동 소재 시화간선수로 4개 하천에 대해 추진·결정한 자연형 생태하천 복원사업이다. 


지발협은 회의에서 간선수로 오염원의 대부분이 하수관거, 오·우수관거의 오접 및 누수 등으로 인해 간선수로 오염이 가중되고 있음에 따라 공단 및 주거단지 내 오염원 전수조사를 통해 오·폐수 유입을 차단하기도 하고 오염원 전수 조사를 그 해 6월 중에 착수키로 결정하기도 했었다. 


또한 현재 획일적인 수로를 하상정비 및 구배 조정을 통한 사행형 하천과 시민 휴게시설 및 자전거 도로 설치 등으로 결정하였으나 5년이 지난 지금 사행성 자연하천은 커녕 고수부지에 시멘트만 덮은 제2의 인공 수로가 되어 돌아왔다. 


작성: 2012. 06. 07

본 기사는 알권리 충족과 정보공유를 위해 개방된 글입니다. Copyleft@ 시흥라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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