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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로시민저널

봄손님, 눈사람

아침에 일어나 창밖을 보니 온 세상이 하얗다. 이제는 세월이 너무나 흘러 버린 걸까. 하얀 눈을 보고 세상이 아름답다는 생각보다는 거리에 자동차가 막힐 생각에 한숨이 절로 나온다. 


눈이 수북이 쌓이면 동네 아이들과 연탄재 하나 주워서 눈덩이로 눈사람을 만들고 나뭇가지, 병뚜껑, 풀 등을 여기 저기 붙여가며 반나절 내내 히죽대던 기억은 이제 새로운 문명이 가져다 준 편리함과 맞바꾸면서 걱정거리로 치환되어 버렸다. 

인터뷰에 응해 줘서 고마워요. 대학 생활 즐겁게 보내요 :)

2월 4일 월요일 입춘이다. 정오가 조금 지난 시각, 도심 한 가운데 반가운 손님이 찾아 와 앉아 있다. 아니 서 있다. 아니 모르겠다. 그들은 다리가 없는 눈사람이었으니까. 눈사람을 부둥켜안고 사진을 찍으며 재잘 거리는 두 여고생들 모습과 표정없이 그 옆을 무심코 지나치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이 어색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자연스럽게 대조를 이룬다. 


누가 저 눈사람을 만들었을까. 월요일인데 눈사람을 만들었다면 분명 일을 하지 않는 사람일 것이고, 일이 없다 하더라도 마음이 편치 않으면 눈사람을 만들 생각이 없었을테니 아마도 눈사람을 만든 건 뱃속 편한 사람일 것이다. 그런데 눈사람을 만든 사람은 정말 일도 없고 뱃속 편한 이 여고생들이었다. 



올해 대학 입학을 앞두고 있는 정왕고 3학년 지은양(가명)과 소영양(가명). 이 두 친구는 모두 국립대에 입학했다고 한다. 지은양은 일어일문학과를 지원했고 앞으로 승무원이 되고 싶다고. 소영양은 교대에 진학을 했고 당연히 선생님이 꿈일 것이다. 사무실에 들어와 사진을 보니 아직도 이 친구들의 깔깔거리는 웃음소리가 귓전에 맴돈다. 아마도 이 친구들에겐 지금 이 시간이 인생에 있어 가장 달콤한 시간일테니 눈사람의 미소처럼 즐겁게 보내길 바라는 마음이다. 


마음 편한 두 여고생들 덕분에 하얀 세상에 찾아와 준 눈사람, 봄손님을 보면서 어릴 적 추억으로 잠시 바쁜 일상의 쉼표를 찍고 새로운 한 주 미소를 띄우며 출발해 본다.


작성: 13.2.4       제보: srd20@daum.net트위터, 페이스북: Rdo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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