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영화와 드라마 등 대중매체 속 폭력 장면의 자극성은 날로 높아지고 있다. 반면 그로 인한 피해와 회복 과정은 지나치게 비현실적으로 축소되고 있어 우려스럽다. 실제라면 전치 수개월의 중상으로 장기 입원해야 할 피해자가, 단 몇 초의 장면 전환만으로 반창고 하나 붙인 채 멀쩡히 일상으로 돌아오는 연출이 빈번하다.
이러한 연출은 자극적인 액션 효과만 강조할 뿐, 폭력이 남기는 신체적·정신적 고통의 무게는 제대로 다루지 못한다. 문제는 이런 콘텐츠에 쉽게 노출되는 어린이와 청소년이다.

미디어 노출은 개인의 현실 인식에 영향을 미치며, 특정 미디어를 자주 접하는 사람은 미디어가 묘사하는 방식으로 세상을 인식하는 경향을 보인다. 즉 미디어 속 '초고속 회복' 장면을 반복적으로 접한 아이들은 실제 폭력의 위험성을 심각하게 인지하지 못하는 '폭력 불감증'에 빠지기 쉽다. 상대에게 폭력을 행사했을 때 발생하는 실제 타격과 고통을 과소평가하게 되고, 이는 모방범죄나 학교폭력 현장에서 죄책감을 둔화시키는 치명적인 부작용으로 이어질 수 있다.
실제로 청소년들이 영화나 TV 재연 프로그램에서 본 범죄 수법을 따라 하거나, 범행 장소를 사전에 답사하고 옷을 바꿔 입는 등 미디어 속 장면을 모방한 사례가 보도된 바 있다. 미디어 속 폭력 장면이 단순한 볼거리를 넘어 실제 행동의 '학습 교본'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미디어에서는 주먹다짐 후 서로 툭툭 털고 일어나면 그만인 것처럼 묘사하지만, 현실에서 타인에게 상해를 입혔을 경우 마주해야 하는 법적·경제적 대가는 결코 가볍지 않다. 형사 합의, 민사상 손해배상은 물론 소년법 및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학폭위) 조치까지 뒤따를 수 있다.
미디어가 청소년에게 미치는 왜곡된 인식을 막기 위해서는 현실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특히 접근성이 높은 드라마의 경우, 자극적인 전개를 위해 피해의 고통을 생략할 것이 아니라 입원, 치료, 트라우마 등 피해자의 회복 과정을 현실에 맞게 책임감 있는 묘사가 필요하다. 극의 흐름상 이를 직접 표현하기 어렵다면, 최소한 자막을 통해 폭력으로 인한 피해와 법적 책임을 안내하는 문구를 넣는 것도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실제로 학교폭력을 소재로 한 드라마들의 폭력 묘사 수위를 문제 삼은 전례도 있다. 한 드라마는 "좋은 면은 두고 폭력적인 장면만 부각시켜 청소년들의 모방을 우려케 한다"는 지적과 함께 법정제재 수준의 '경고' 조치를 받은 바 있다. 이는 잔혹한 연출뿐 아니라 폭력의 결과를 미화하거나 축소하는 연출에 대해서도 심의 기준을 한층 강화할 필요가 있음을 시사한다. 아울러 학교와 가정에서는 미디어 속 허구와 현실의 차이를 명확히 인지시키는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확대해야 한다. 청소년들이 타인의 고통에 공감하고 폭력에 대한 올바른 경각심을 가질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시민컬럼. 박수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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