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는 금융회사가 채무자도 모르는 사이에 빚의 소멸시효를 연장해 장기간 추심하는 일이 어려워질 전망이다. 법무부와 금융위원회는 금융회사가 지급명령 제도를 이용해 채무자의 소멸시효를 연장하는 관행을 개선하기 위해 관련 법률과 제도를 손질하겠다고 밝혔다.

소멸시효는 '빚의 유통기한'을 말한다. 빚이 일정 기간이 지나면 법적으로 강제 집행할 수 있는 권리가 사라진다. 은행 등 금융기관의 대출채권은 일반적으로 5년이 지나면 소멸시효가 완성된다. 다만 그 기간 안에 금융회사가 소송이나 지급명령 등 법적 절차를 밟으면 소멸시효는 다시 연장될 수 있다.
원칙적으로 금융회사가 소멸시효를 연장하려면 법원을 통해 지급명령이나 소송을 진행해야 하며, 이 과정에서 법원 서류는 채무자에게 송달되는 것이 원칙이다. 즉, 채무자는 법적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대응할 기회를 가져야 한다. 하지만 일부 금융기관에는 예외 규정이 있었다. 채무자가 이사를 했거나 주소가 불분명해 법원 서류를 전달하지 못한 경우에도 일정한 요건을 충족하면 공시송달 특례를 통해 지급명령 절차를 계속 진행할 수 있었다.
예를 들어 김 씨가 사업 실패로 은행 대출을 갚지 못한 뒤 여러 차례 이사를 했다고 가정해 보자. 은행이 지급명령을 신청했지만 김 씨는 법원 서류를 받지 못했다. 원칙대로라면 절차를 진행하기 어려웠겠지만, 당시에는 일부 금융기관에 한해 공시송달 특례가 인정됐다. 결국 김 씨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 소멸시효가 연장됐고, 몇 년 뒤 다시 추심을 받게 될 수도 있었다. 이 같은 사례는 장기간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채무자의 재기를 막는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정부는 금융회사에만 인정되던 공시송달 특례를 폐지하기로 했다. 앞으로는 채무자가 모르는 상태에서 지급명령만으로 소멸시효를 연장하는 것이 훨씬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또 세법상 이미 손실로 처리한 채권은 원칙적으로 첫 번째 소멸시효가 끝나면 종료하도록 관련 규정을 바꿀 계획이다. 금융회사도 앞으로는 무조건 소멸시효를 연장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 회수 가능성을 따져 연장 여부를 결정해야 하며, 개인금융채권의 소멸시효 완료 현황도 금융회사별로 공개할 예정이다.
이번 제도 개선은 빚을 없애주는 정책이 아니다. 핵심은 채무자가 알지 못하는 사이에 빚의 소멸시효가 계속 연장되는 예외적인 관행을 없애고, 법적 절차의 원칙을 회복하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이를 통해 장기 연체자의 경제적 재기를 돕고, 금융회사도 연체채권을 보다 합리적이고 투명하게 관리하도록 유도하겠다는 방침이다.
시민저널. 박수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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