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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로시민저널

50미터 수영장, 뚜껑 열어보니 25미터 2개?

올 10월에 개장을 앞두고 있는 정왕동 시흥 어울림 국민체육센터(이하, 어울림체육센터) 수영장에 대해 시민들의 관심이 뜨겁다. 

 

어울림체육센터 수영장은 전국 규모의 생활체육 마스터급 대회 개최도 가능한 2급 공인 50미터 (수심 1.8미터) 수영장으로 설계되었다. 수위조절장치도 30억이 넘는 네덜란드산 플로팅 방식의 자동수위 조절장치가 설치되었다. 이러한 이유로 어울림체육센터 수영장은 16년 11월 첫 삽을 뜬 이래 개장을 앞둔 지금까지도 시민들의 관심과 궁금증이 가시질 않았다.

 

시민들의 궁금증은 대부분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어우러져 사용할 수 있는 어울림체육센터 수영장이 어떻게 프로그램을 운영할 것인지, 거의 나란히 붙어 있는 여성비전센터 25미터 수영장과 어떤 차이로 운영을 하게 될 것인지 등이었다. 무엇보다 고급 이상의 수영인들에겐 ‘50미터 레인이 몇 개가 상시 제공될 것인지’가 관심사였다.

 

7월 9일 오후 7시 30분에 시설관리공단과 여성비전 수영인들이 간담회를 하고 있다. ⓒ임종구(정왕3동)

이러한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 지난 9일 오후 7시 30분, 시설관리공단은 여성비전센터 수영인들 20여 명과 함께 여성비전센터 휴게실에서 1시간가량 간담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시설관리공단 측은 “현재 어울림체육센터 수영장은 50미터이지만, 가운데 7~800mm 두께의 가벽(벌크헤드)이 설치되어 있는 구조”라며 “간단히 말해 50미터 수영장을 반으로 자른 25미터 수영장 2개라고 보면 된다.”라고 설명했다.

 

이 자리에 있던 수영인들은 모두 “말도 안된다.”며 허탈해했다. 시설관리공단 측도 “우리도 처음에 시설을 보고 왜 이렇게 만들었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라고 입장을 전하자 수영인들은 “가벽(벌크헤드)이 움직일 수 있는 것이냐.” 물었고,  시설관리공단은 “움직이는 것이지만, 아직 작동해 보지 않아 자세한 답을 말씀드리기 어렵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예상컨데, 시합 때, 큰 대회를 할 때나 50미터 규모로 활용하지 않을까 한다.”라고 답했다. 

 

이에 대해 수영인들은 아쉬움을 토로하며 항의를 했다. “25미터 수영장을 만들 거면 굳이 왜 30억 들여 비싼 장비를 설치했냐”, “시합 때만 사용하려고 비싼 자동수위조절장치와 50미터 수영장을 만들었냐.”, “이럴 거면 처음부터 장애인 전용 수영장으로 지었어야 한 것 아니냐”, “연습을 하기 위해서 매번 인근 타 도시 50미터 수영장으로 다니다가 우리 시흥시에 50미터 수영장이 생긴다고 해서 엄청 기대했다. 그런데 여성비전센터와 같은 25미터 수영장이라니 어이가 없다”, “도대체 이런 기획을 한 공무원들은 정신이 있는 것이냐.” 등등 비난이 쏟아졌다.

 

이 내용을 접한 시흥시의회 자치행정위원회 송미희 위원장은 다음날 10일 오후 1시에 현장을 방문해 시설 가동 상태를 점검했다. 이 자리에는 시흥시청 체육진흥과 공무원들과 시설관리공단 직원들, 시공사와 감리가 함께 자리했다.

 

50미터 레인 중간에 이동식 벌크헤드가 설치되어 있다.ⓒSMD 김용봉

수영장에는 시설관리공단에서 말한 것처럼 스타트 대가 안착된 벌크헤드(일명 가벽)가 가로 방향으로 설치되어 있었다. 50미터를 반으로 잘라 놓은 형태였다. 플로팅 자동수위조절장치는 입구 쪽에서 왼쪽(사진에서 전광판 쪽) 25미터 구간에만 설치되어 있었다. 자동수위조절장치가 있는 부분은 수위가 0에서 FL-1.8M까지 조절이 가능하다. 벌크헤드가 세로 분리형이 아니고 가로형이다 보니 50미터 레인을 몇 개만 따로 운영하긴 불가능한 구조였다. 다시 말해 50미터로 레인 변경 시, 8 레인 모두가 수심 1.8미터가 된다. 

 

현장에서 50미터 레인으로 변경하는데 얼마나 걸리는가 질문을 하자 시설팀은 “플로팅 바닥을 1.8미터까지 내리는데 3~4분, 벌크헤드를 벽 끝까지 옮기는데 약 15분이 걸린다.”고 답했다. 레인 변경을 하는데 대략 20분 정도가 소요되는 구조다. 레인 변경은 벌크헤드에 에어(air)를 주입해 수면으로 띄운 다음 벌크헤드 양 끝단에 서포트 바(bar)를 끼워 전기 충전식 이동카로 끌고 가는 방식이다. 

 

벌크헤드 끝단에서 플로팅을 시키기 위해 호스로 에어를 주입하고 있는 모습ⓒSMD 김용봉
벌크헤드를 이동하기 위한 서포트 바(Support Bar, 지지대)ⓒSMD 김용봉
벌크헤드를 이동하기 위한 전동식 카. 당일 충전이 되지 않아 벌크헤드를 이동하지 못했다.ⓒSMD 김용봉

송미희 위원장은 “레인 변경이 그리 크게 어렵지 않으며, 시간도 길지 않으니 프로그램으로 운영이 가능할 것 같다.”라고 말하며, 체육진흥과 담당 공무원들에게 “장애인과 일반 시민들이 함께 어울리는 수영장인 만큼 장애인과 일반인들 모두에게 형평성 있게 시설 제공이 이루어져야 한다.”라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수영장 개장에 앞서 직접 사용자인 시민들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해서 프로그램을 기획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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