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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로시민저널

오이도에서 옥구공원까지 걸어서 번 돈 280원

"몇 백원으로 살아가는 사람들"

어느 일요일 오후 6시경, 오이도에서 3000원짜리 술빵과 5000원짜리 칡즙을 사 들고 옆지기와 함께 옥구공원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멀찌막이 앞서 걷는 사람이 있었다. 인력거에 우유를 실고 가는 야쿠르트 아줌마였다. 

이 길을 다녀 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옥구공원에서 오이도까지 연결된 인도는 옥구공원을 지나면 사람이 걷기도, 자전거를 타고 가기도 쉽지 않을 만큼 길이 좁고 고르지 못하다. 워낙 사람 통행이 없어 관리를 하지 않는다고 보는 것이 옳은 듯 싶다.

오이도에서 출발한 야쿠르트 아줌마는 인근 부대앞을 지나 도로로 위험하게 걷기도 했다. 

아시아제지를 지나 옥구공원에 도착할 즈음 아주머니에게 가까이 다가 가니, 어릴 적 TV광고에 나오던 젊고 예쁜 아주머니 모습과는 달랐다. 쪽지어 올린 뒷머리가 희끗희끗하다. 대략 50이 넘어 보이는 아주머니였다. 왜 차를 이용하지 않고 이리 걸으시냐고 여쭈니 평일에는 자동차를 이용해 오이도에 와서 야쿠르트를 팔지만, 휴일에는 지나는 이들에게 우유 하나라도 더 팔까 싶어 옥구공원에 들러 이 길로 오이도까지 다녀온다고 했다.

하루에 얼마나 파시냐고 조심스레 여쭈었다. 우유 하나에 20% 정도의 마진이 생긴다고 했다. 우리는 700원짜리 우유 2개를 샀다. 그렇게 아주머니는 이 길을 걷던 중 280원을 벌었다. 

20개를 팔면 2800원. 아주머니가 하루 종일 발품을 팔면 몇 개나 팔까. 200개를 판다면 28000원이다. 고단하게 일하고 집에 와 닭 한 마리 시켜 먹으면 순식간에 날아가는 돈. 그날 우리는 아주머니가 우유를 약 70개 팔아야 얻는 이익을 30분만에 썼다.


어릴 적 해가 지면 할머니가 호떡장사를 마치시고 리어카를 끌며 오시곤 했다. 그럴 때마다 난 창피함을 무릅쓰고 리어카를 뒤에서 밀며 집으로 돌아왔다. 그 때는 호떡이 20원이었으니 몇 십원 벌어야 살 수 있었던 때...


작성: 13.7. 22       제보: srd20@daum.net트위터, 페이스북, 카톡: Rdo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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