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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로시민저널

지역의 비영리단체들 자립에 대한 고민과 과제는 무엇인가

지난 21일(금) 연성동 행정복지센터 2층 평생학습실에서 마을활동가, 교육단체, 강사, 비영리민간단체 및 협동조합 등 약 30여 명이 모여 시흥지역 NPO(비영리단체)자립과 발전방안에 대해 토론회를 가졌다. 오후 3시 30분부터 진행된 토론회는 '시흥지역NPO협의체'가 주관하고 사)더불어함께 정경 대표가 사회를 맡아 6시까지 약 2시간 반 동안 진행됐다.



처음 발제를 맡은 행진인협동조합 허부자 이사장은 먼저 대책없이 양산되고 있는 시행정부의 아카데미 교사 양성과정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며, 이들 인건비와 운영에 따른 문제점을 도출시켰다.



■고학력의 인력이 2:1로 뚫고 들어간 마을학교 양성과정의 수료증엔 "재능기부"


정관 또는 내부규약을 정해 강사료 일부를 운영비로 충당할 수밖에 없는 현실


창의체험학교와 마을학교는 내부직원이 강사활동을 할 수 없는 이해할 수 는 조항 




허 이사장은 강사 양성과정 수강 조건과 수료과정을 설명하며 공공기관의 무책임한 강사양성과정 시스템을 지적했다. 강사 과정을 수강할 수 있는 조건은 “교육 경력이 있어야 되고, 고학력이어야 하며, 고숙련된 자로 규정돼 있다. 모집 경쟁률은 2:1 정도로 높았고 면접을 거쳐 강사 양성과정에 들어갔지만, 180시간의 교육을 마치고 난 이후 이들의 진로는 동아리로 묶이거나 협동조합을 만들어 자유시장 속에서 스스로 자립하라는 것이었다. 제일 먼저 요구되는 것이 재능기부였다”고 허탈해했다. 교육 운영주체가 민간기업도 아니고 고용노동부, 경기도, 시흥시, 여성가족부 등 국가공인 공공기관이었다는 점에서 사업 목적과 과정, 강사들의 처우와 사후관리가 너무 무책임했다는 지적이었다. 


동아리에서 협동조합으로 전환하는데 가장 큰 걸림돌은 사무실 운영비용이다. 그에 따라 행정적인 서류를 담당할 사람이 없어 동아리에서 협동조합으로 도약하긴 쉽지 않다. 허 이사장도 자신이 몸담고 있는 조합의 순수한 수입원은 오로지 강사들의 강사료뿐이라며, “홍보및 영업활동을 위한 기획이나 인쇄비 등을 마련하기는 실질적으로 어렵다”고 항변했다. 어쩔 수 없이 정관 또는 내부규약을 정해서 강사료 일부를 운영비로 충당할 수밖에 없는 현실적 문제를 언급했다. 


지금 한창 붐을 일으키고 있는 창의체험학교와 꿈의학교 시스템에 대해서도 문제를 짚었다. “3년 전부터 창의체험학교와 꿈의학교 공모사업에 참여해보려했지만, 서류를 받아보는 순간 깜짝놀랐다. 제한이나 제약, 제출해야 할 서류가 너무 많았다. 이러한 서류를 맡기 위해서는 전담 행정직원을 뽑아야 하는데 인건비를 인정하지 않는 현 체제에서는 공모사업은 불가능한 일이다. 뿐만 아니라 사업을 망설이게 되는 가장 큰 걸림돌은 창의체험학교와 꿈의학교 사업에 내부 직원은 강사로 쓸 수 없다는 점이다.” 


이밖에도 관내 강사들과 타 시의 강사들에 대한 차별도 개선해야 할 과제로 꼽았다. “타시에서 온 강사들에겐 법정강의료를 지급하고 콘텐츠 개발비용을 책정해 주기도 한다. 관내에서 양성하고 성장한 강사들에겐 시간당 3만원이라는 가이드가 있어 이러한 사항은 개선될 필요가 있다. 강사를 배출하는 프로그램보다 이미 자리를 잡고 축척된 콘텐츠 노하우를 가진 강사들의 처우와 교육환경을 개선하는데 노력하는 게 더 효율적이다.” 




사업도 많고 강사도 많지만 심사기준을 통과할 수 있는 사업은 적다


재정심사에 걸리거나 사업비의 자부담을 내야하는 조건 때문에 사업을 포기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시대가 변하는 만큼 규제 또한 변해야 한다




이어 두 번째 마이크를 넘겨 받은 한발두발놀이터협동조합 황미선 대표이사는 “시흥시는 사업도 많고 강사도 많지만, 들어갈 수 있는 사업은 적다.”며 초기단계 협동조합의 사업 한계를 토로했다. 황 대표는 “콘텐츠가 우수해도 경력 조항에 부딪혀 공모에 참여할 수가 없다. 뿐만 아니라 재정이 넉넉하지 못한 열악한 조합들은 재정심사에 걸리거나 자부담을 내야 하는 조건 때문에 사업을 포기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며 경쟁력이 콘텐츠가 아닌 외형적 자산이 우선시되는 심사 기준은 개선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는 시행정부에서 진행하는 강사양성과정에 들어가 보면 아는 얼굴들이 많다며, 그 이유를 프로그램 난립과 지속적인 안정화가 되지 못하고 있는 문제를 집어 올렸다. 때문에 강사들이 보다 안정적인 수업을 찾아다니는 일종의 프로그램헌팅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는 해석도 내 놓았다. 그러면서 “시에서 협동조합을 늘리고 있고 비영리단체의 성장을 바란다면, 시대가 변하는 만큼 규제 또한 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NPO든 NGO든 기관들이 하는 일은 관이나 정부가 미치지 못하는 부분, 반드시 해결해야 하는 부분에 일들을 하고 있다는 '사회적 기능'에 초점이 맞추어져야 한다 


사회적 공모사업을, 사람을 위한 복지로 보는 것이 아니라 프로그램으로 보는 시각이 문제




성남에서 교육나눔 꿈두레를 맡고 있는 오일화 이사장은 “NPO든 NGO든 그러한 기관들이 일을 하는 것은 관이나 정부가 손이 미치지 못하는 부분, 반드시 해결해야 하는 부분에 일들을 하고 있다는 ‘사회적 기능’에 초점이 맞추어져야 한다.”고 강조하고, 사업을 기획하는 공공기관들이 “관에서 교육이나 사회적 공모사업을, 사람을 위한 복지로 보는 것이 아니고 프로그램으로 보는 시각이 크기 때문에 인건비가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공모사업을 받아 일을 하는 단체들이 향후 지속가능한 체제를 만들어가려면 “사업마다 사람을 위한 사업임을 규정하고 그에 대한 사회적 지분을 정당하게 요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5명만 모이면 협동조합을 만들 수 있다는 정부정책은 잘못된 것


중간지원조직 플랫폼 구축이 필요하다


청년들의 지역활동 유입 방법으로 갭이어와 아쇼카 펠로우 시스템 도입 검토해 봐야





마지막으로 마이크를 잡은 군포의 행복한마을의료사협 박은호 상무이사는 “협동조합은 정관에 단기 순이익이 발생하면 배당할 수 있도록 되어 있기 때문에 협동조합은 비영리조직이 아니라 영리조직이다.”라고 정의를 내린 뒤 협동조합을 만들 때 왜 만들어야 하는지 매출은 어떻게 올릴 것인지 치열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고민 없이 협동조합을 만든 사람들이 많다. 5명만 모이면 협동조합을 만들 수 있다는 정부정책은 잘못된 것이다. 이 원죄는 박원순 서울시장과 김윤식 전 시흥시장에게 있다고 본다. 일반협동조합은 사회적협동조합과 달리 사회적기업 공공구매에 해당되지 않는다. 재정지원도 없다. 그런 상황에서 왜 협동조합을 만들었는지 자문자답을 해야한다. 사단법인이라든지 사회복지법인이라든지 다른 길을 찾으면 더 많은 사업들을 할 수 있다.” 


그러면서 그는 “사회복지공동모금회를 따라 배웠으면 좋겠다.”고 말을 이었다. “1년 이상 공동모금회 공모사업을 하게 되면 1~2인의 30%인건비를 사용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지역 공모사업이 이러한 체계로 가야된다는 생각이다.” 


이어서 박 상무이사는 중간지원조직 플랫폼 구축을 권고했다. “최근의 트랜드는 민관 협치조례를 제정하고 민관협치위원회를 구성하는 방안이다. 제도개선, 사업발굴, 시행과 예산편성의 지침까지 아우를 수 있는 협력정치 기구, 이러한 기구 내에서 불합리한 조건들을 조정할 수 있는 행위를 해야 한다. 경제적이거나 비경제적인 시민활동을 지원할 수 있는 중간지원조직 플랫폼을 구축하는 것은 반드시 필요하겠다.” 


이밖에도 박 상무이사는 지역활동가의 평균연령이 높아지는 문제점에 대해 지역에 청년을 유입시킬 수 있는 방법으로 두 가지 프로그램을 예로 들었다. 첫째는 대학에 진학하지 않거나 중단하고 다양한 경험을 통해 진로를 탐색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갭이어(Gap Year)다. 갭이어에 투입되는 지원 예산을 공공사업 위탁 기관에 투입하고 청년들이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시스템을 고려해 보자는 제안이었다. 갭이어 프로그램을 마치고 생업으로 돌아간다고 해도 이런 청년들이 그 기관에 회원으로, 또는 협력시민으로 사회에 참여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보는 것이다. 


둘째는 일정기간 동안 활동 계획을 세우고 제안서를 내서 채택이 되면 생계비를 지원하는 아쇼카펠로우 시스템이다. 아쇼카 재단은 제안서가 채택되면 3년 간 소정의 금액을 지원하다. 그 돈의 사용처나 영수증을 요구하지 않고 단체가 아닌 개인을 지원한다는 특징이 있다. 


공무원들 실적 들러리로 전락한 아카데미 동아리와 협동조합


협동조합 대표를 3년 동안 하고 있다는 토론회 참석자 A씨는 비영리단체나 협동조합을 종용하는 지자체에서도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어떤 아카데미가 끝나면 동아리 만드셔야지요, 협동조합 만드셔야지요. 일자리 창출하셔야지요.”라고 공무원들이 말한다며, “이후 관계부서 공무원들은 이것을 사업 실적으로만 남기는 구도가 이어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편 토론회에 참석했던 시흥시의회 홍원상 의원은 토론자료에 기록된 타 시의 비영리민간단체 조례들을 살펴보고 “시흥시는 현재 이러한 조례가 없다. 조례를 적극 검토해서 올해 안에 조례 발의를 하겠다”고 참석자들에게 계획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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