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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로시민저널

실망한 영화 피에타

"영화에서 연기라고 느껴지는 순간 동일성과 몰입은 사라진다"


지금도 김기덕 감독의 <나쁜 남자> OST( Carola- Blott En Dag )를 들으면 가슴이 저리다. 특히 마지막 장면은 내 동정과 연민을 다 내어주고 싶을 만큼 아픈 장면이었다. 그래서 이번에 나오는 그의 작품 <피에타>는 두렵기도 했고, 푹 썩어 버린 홍어의 맛처럼 또 다시 그의 영화에서 드러나는 솔직하고 더러운 인간의 맛을 갈망하기도 했다.


영화가 끝나고 나서 나는 잠시 생각했다. 내가 그동안 너무 많은 독립영화나 실험영화를 본 것인가. 왜 나는 그의 영화에 실망했을까. 하루가 지난 지금, 미디어에서 그의 영화는 베니스 영화제 ‘젊은 비평가상’ 수상을 하고 있고 국내 평점은 매우 높게 나타나고 있다. 

돈, 섹스, 폭력과 같은 인간 내면의 밑바닥 행위들. 그는 이 소재로 <나쁜 남자>를 통해 사람들의 가면을 비웃듯 벗겨냈다. 그러나 영화 <피에타>는 섹스를 하고 더 사이가 악화된 연인처럼 <피에타>와 나는 어색한 상태가 되어 버렸다. 배우 조민수와 이정진은 이 영화에 너무도 맞지 않았다. 특히 도시적인 외모와 화면에서 똑 떨어지는 듯한 그의 목소리는 더 긴장감을 느슨하게 하는 요인이었다. 이정진의 모든 신은 소위 무게 잡는 듯해 보였고, 조민수의 연기는 연기를 잘하는 것처럼 보였다. 영화에서 연기라고 느껴지는 순간 동일성과 몰입은 사라진다.

목발 집고 다니던 피해자가 갑자기 계단 위에서 조민수의 목덜미를 잡는다든지 또 다른 피해자의 어머니인 할머니가 폐허 건물 위에 순식간에 올라 와 있다든지 하는 생략된 장면의 연결은 오히려 허무하기도 했다. 스티븐 스필버그는 직접 보이지 않는 죠스를 공포스럽게 하기 위해 물 속에서 사람을 쫒는 장면을 카메라 시각으로 대체하면서 원가도 줄이고 공포감을 극대화 시켰다. 두려움은 보이지 않는 것 때문에 더 극대화된다. 김기덕 감독은 그걸 너무도 잘 아는 듯 했다. 그러나 너무 생략해 버린 장면이 오히려 내가 밑바닥까지 도달하지 못하는 요인으로 작동했다.

 

마지막 장면은 <나쁜 남자>의 속편임을 나타내려고 한 것인가. 아니면 자신의 작품이었지만 일종의 오마주인가. 이미 겉돌아 버린 러닝타임 덕분에 마지막 장면은 과거 <나쁜 남자>를 비디오로 다시 보는 듯했다.

 

김기덕 감독은 한국에서 몇 안 되는 작가로 불려진다. 그래서 그의 작품은 한 번 보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두 번, 세 번 회자되고 읽혀진다. 그런데 <피에타>는 너무도 솔직하고 직접적으로 만들어졌다. 그가 너무 오래 떠나 있었던 걸까. 아니면 국내 평점을 보듯 다른 이들보다 내가 영화 문법을 더 읽어 내지 못했던 걸까.

 

 

글: 김용봉


작성: 2012. 09. 08           제보: srd20@daum.net, 트위터, 페이스북: Rdo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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